[구제역 총체적 난국] 주민들 “오지 마라”… 지역구 의원들 찬바람

입력 2011-01-05 18:27

전국을 강타한 구제역 여파로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활동도 꽁꽁 얼어붙었다. 연말연초 대규모 지역 행사와 의정보고회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졌고, 일부 지역 주민은 의원들의 현장 방문조차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원도 철원·화천·인제·양구가 지역구인 한나라당 한기호 의원은 최근 겨울철 강원도 최대 행사 중 하나인 산천어축제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산천어축제는 8일부터 30일까지 화천군에서 열릴 예정이지만 구제역 때문에 정부와 강원도가 행사 취소를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미 축제 준비에 37억여원의 예산이 들어갔고, 2만명 이상이 낚시터를 예약한 상태여서 행사를 취소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한 의원도 예정대로 축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축제가 구제역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비난이 부담스러운 상태다.

경기도 포천·연천이 지역구인 한나라당 김영우 의원은 구제역 발생으로 연말과 연초로 예정됐던 의정보고회를 모두 취소했다. 대신 지난달 27일부터 28일까지 이틀간 포천·연천 지역에서 방제 작업에 참여했다. 오후 7시부터 밤 11시까지 방역 작업을 했던 김 의원은 “현장에 가보니 구제역의 피해가 얼마나 큰지 절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정범구 의원(증평·괴산·진천·음성)은 4일 지역구 4개 군청과 방역초소를 돌았다. 정 의원은 매몰에 참여한 공무원의 정신적 피해에 대한 의료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 의원은 “농가 피해는 물론 중소 상공인의 피해도 막심하다”며 “국가 차원의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몇몇 의원은 현장을 찾고 싶어도 주민들 반대로 발이 묶인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경기도 남부가 지역구인 한 의원은 “연말과 연초에는 지역 주민을 찾아 신년 인사도 드리고 지역구 다지기를 해야 하는데 구제역 때문에 모든 행사가 취소됐다”며 “불만에 찬 일부 농민은 ‘올 생각도 하지 마라’고 연락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경북 지역의 또 다른 의원도 농장주들이 현장 방문을 꺼리자 대신 간담회를 열어 농민들의 애로사항을 듣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정치인들이 구제역과 같은 비상사태가 벌어졌을 때만 찾아와 관심 있는 척하는 것을 많은 주민들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