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총체적 난국] 온나라가 가축역병 난리인데… 정치권은 말싸움만

입력 2011-01-05 21:11


여야는 5일 구제역 대책 마련을 위한 임시국회 개의 여부를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였다. 지난 연말 예산안 강행 처리 이후 야당의 장외투쟁으로 얼어붙었던 국회가 구제역 사태로 정상화되는 듯하다 또다시 예산안 후유증에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야4당은 정부의 구제역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고 규탄하며 공동 대응을 선포했다. 민주당 박지원, 민주노동당 권영길, 창조한국당 이용경 원내대표와 진보신당 김정진 당 부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조찬회동을 갖고 한나라당이 야당의 가축전염병예방법 개정안을 7일 상임위에서 처리키로 합의할 경우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이명박 대통령에게 구제역 피해 지역을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국가재난지역 선포 요구에 “실익이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다른 재난보다 넓은 지원 범위와 높은 기준 단가로 축산농가와 지방자치단체를 지원하고 있어 굳이 선포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후 박희태 국회의장과 야4당 원내대표 간 면담이 험악하게 끝나면서 국회 정상화는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야당은 지난해 12월 8일 여당의 새해 예산안 처리 이후 국회 정상화 조건으로 박 의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면담을 요청해왔으나 박 의장은 이를 거부해 왔다.

민주당 박 원내대표는 박 의장의 법률안 직권상정과 예산안 강행 처리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정치 대선배로서 불명예스러운 일을 했다. 국회를 위해 의장직을 사퇴하라”고 목청을 높였다. 박 의장은 굳은 얼굴로 침묵을 지키며 가끔 헛기침을 하다 야당 원내대표들의 발언이 끝나자 말문을 열었다. 그는 침통한 목소리로 “유감스럽고 국민들에게도 죄송하다. 미안하다. 크게 자성하고 있다”고 사실상의 사과 발언을 했다. 그러나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세상사가 그렇게 척척 되는 게 아니다”며 거부했다.

이때 예고 없이 한나라당 김 원내대표가 의장실에 들어서자 박 원내대표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나는 가겠다. 이런 무질서한 일을 하지 말란 말이야”라고 소리친 뒤 “야당 대표들을 더 이상 우롱하지 말고 사퇴하라”며 박 의장에게 삿대질까지 했다. 박 원내대표는 직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계속 투쟁하겠다”고 말했고, 김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6일쯤 야당과 접촉을 하고 향후 본회의 일정 등을 상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김나래 김호경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