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총체적 난국] “뚫리면 안돼…” 국내 최대 축산단지 충남 홍성 르포

입력 2011-01-05 18:24

“홍성을 사수하라.”

5일 충남 홍성군 은하면 장척리에 설치된 방역초소에는 군 직원 1명과 용역 인력 2명 등 3명이 구제역 방역에 여념이 없었다. 이곳은 최근 구제역이 발생한 보령시 천북면 경계지점이다. 군 직원은 4시간 6교대, 용역은 8시간 3교대로 24시간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잇따른 한파로 방역에 큰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소독약이 분사되는 노즐이 얼어붙어 1시간 단위로 노즐을 녹이는 작업을 해야 했다. 도로 바닥도 분사된 소독약 때문에 얼어 수시로 통행 차량을 정지시키고 얼음을 걷어내야 했다. 사료 차량이나 가축이동 차량에는 운전대 등 내부 소독까지 실시했다.

국내 최대 축산단지인 홍성군에 구제역 방역 비상이 걸렸다. 전국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는 구제역이 홍성군 코밑인 보령시 천북면 사호리까지 바짝 접근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긴박해지자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지난 4일 황급히 홍성군을 방문해 “충남은 물론이고 전국 축산의 중심지인 홍성을 구제역에서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성군은 천북면에서 구제역이 확인된 이후 지난 3일부터 방역초소를 8개에서 12개로 늘렸다.

군은 구제역 발생 지역인 천북면에서 10㎞ 이내 접경 지역인 광천읍과 결성·서부·은하면에 대해 1차로 6일부터 백신 예방접종을 실시키로 했다. 예방접종 대상은 한우 345농가 7398마리, 젖소 14농가 948마리다.

군은 접경 지역 1차 예방접종을 마친 뒤 홍성군 전 지역을 대상으로 2차 예방접종을 실시키로 했다. 대상은 한우 3404농가 6만2591마리, 젖소 66농가 4437마리다.

군은 구제역 확산 방지를 위해 백신 접종을 실시함으로써 간접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백신을 접종할 경우 1년간 청정국가 인증이 안돼 축산물 수출이 중단되기 때문이다.

또 구제역 백신 접종이 실시되면 한우 유통마저 한 달 이상 전면 중단되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백신 접종 후 2주간 출하가 금지되는 만큼 1, 2차 접종이 이뤄지기까지 유통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구제역이 발생한 지난해 11월 말부터 홍성군 내 홍성우시장과 광천우시장 등 우시장 2곳은 한 달이 넘도록 폐쇄돼 자금 유통이 차단되는 고통을 겪고 있다.

축산농가 김모(64)씨는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그나마 중간상을 통해 이뤄졌던 한우 유통이 완전히 중단될 것”이라며 “축산농가에서는 정부 보조금이 나올 때까지 돈 나올 곳이 꽉 막히는 셈”이라고 한숨지었다.

홍성=정재학 기자 jh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