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는 ‘개헌론 두나라’… 친이는 불지피고 친박은 찬물 끼얹고

입력 2011-01-05 18:26

이재오 특임장관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 김무성 원내대표 등 여권 핵심부가 연초부터 개헌론의 불을 지피자 친박근혜계가 발끈했다.

친박계 이경재 의원은 5일 여의도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안 대표가 지난 3일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와의 비공개 회동에서 ‘개헌논의를 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한 것과 관련, “당내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는데 순서가 잘못됐다”고 포문을 열었다.

특히 이 의원은 이 장관과 안 대표가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주창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위기와 안보상황을 잘 해결해 지지도가 50%에 달하는데, 돕고 있는 분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자고 하는 것은 모순이다. 그렇다면 제왕적 대통령을 만드는 것을 도와준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친이계인 정의화 국회부의장은 “반복되고 있는 국회 폭력은 전부 또는 전무라는 식의 권력구조 폐단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면서 “상생 정치로 바꾸기 위해서는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반박했다. 안 대표도 “17대 국회 당시 ‘18대 국회에서 개헌논의를 하자’고 국민에게 약속한 바 있다”면서 “국민에 대한 약속이고 다른 뜻이 없다. 권력구조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설전이 계속되자 안 대표는 “구제역이 진정되는 이달 중 의총을 열어 (개헌) 문제를 논의키로 하고 구체적인 날짜와 내용은 원내대표가 결정하라”고 당부했다. 이에 김 원내대표는 이달 중·하순쯤 의원총회를 열어 개헌 추진 여부를 처음으로 공식 논의키로 결정했다. 한나라당이 개헌 추진 여부를 놓고 의총을 여는 것은 처음으로, 향후 개헌 논의에 중대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여권 내부에 개헌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차갑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전북 군산 새만금 33센터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인선을 언급하며 “민정수석을 하던 사람을 감사원장에 임명하면서 권력분점을 논할 수 있는가”라며 “헌법이나 제대로 지키고 권력 분점을 논하고, 그 뒤에 개헌을 논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여권이) 헌법 개정의 논리로 제왕적 권력에 대한 권력분점을 이야기하는데 국회 날치기나 하지 않고서 제왕적 권력을 얘기했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한편 한나라당 정태근 의원은 이날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행정부의 법률안 제출권을 폐지하고 회계감사 권한을 국회로 이관하는 개헌을 2012년 4월 총선 시 국민투표로 확정하자”며 부분 개헌 방안을 제안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