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기의 溫 시네마] 성경 메시지의 스토리텔링

입력 2011-01-05 18:19


나니아 연대기-새벽출정호의 항해

돌팔매질로 거대한 골리앗을 이긴 다윗 이야기, 여리고성을 무찌르고 이스라엘 백성을 구한 여호수아 이야기를 나는 어릴 적에 할머니 품에서 듣곤 했다. 때로는 삼손을 따라 블레셋 군사를 무찌르기도 하고 델릴라의 위험한 손길을 알리기 위해 삼손을 흔들어 깨우는 상상을 하곤 했다. 지금처럼 영화나 TV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던 그 시절에 성경은 꿈과 상상의 나라로 인도해주는 훌륭한 동화책이었다.

영화 ‘나니아 연대기’는 ‘반지의 제왕’의 톨킨과 더불어 근대 유럽 판타지 문학을 대표하는 C S 루이스의 판타지 소설 ‘나니아 연대기’를 원작으로 한다. 말하는 비버와 사자, 말발굽을 가진 반인반수의 미노타우루스, 켄타우루스와 마녀 등 인간이 상상해 낸 온갖 이미지들이 등장하는 이 영화는 내가 어렸을 적 할머니한테 듣던 옛날이야기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 놓은 듯하다.

‘나니아 연대기’는 페번시가의 네 남매, 피터, 수잔, 에드먼드, 루시가 나니아로 떠나는 모험담이다. 영화는 원작이 총 7편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 중 3편의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1편 나니아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은 이들 네 남매가 세계 2차대전을 피해 숨어든 어느 한 저택에서 우연하게 나니아로 통하는 옷장을 발견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눈의 여왕 하얀 마녀가 지배하는 나니아에서 그녀와 맞서 싸우는 우리의 주인공들은 나니아의 왕 사자 아슬란에게 진정한 희생의 의미를 배운다.

2편 ‘카스피안 왕자’에서는 이들 네 남매가 다스리던 때가 이미 1300년 전의 고대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텔마르인이 지배하는 나니아. 그들의 핍박과 압제를 피하여 숲에서 숨어 지내는 나니아인은 다시 네 남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카스피안 왕자를 도와 텔마르의 압제에서 벗어난 네 남매는 아슬란으로부터 ‘너의 믿음이 커져 가면 나도 커진다’라는 믿음의 분명한 메시지를 배운다.

3편 ‘새벽 출정호의 항해’는 카스피안 왕자와 에드몬드와 루시, 그리고 그의 사촌 유스타스와 함께 새벽출정호를 타고 사라진 7명의 나니아 영주를 찾아 나선다. 이들은 여기서 우리 마음속에 있는 어둠 시기 질투 탐욕의 유혹과 맞서 싸운다. 그리고 ‘어린 아이와 같은 믿음’만이 하나님의 왕국으로 들어갈 수 있음을 배운다.

이처럼 ‘나니아 연대기’는 성경의 메시지를 나니아의 여러 이미지를 통해 우리에게 스토리텔링한다. 비록 영화 ‘나니아 연대기’는 원작의 그것과 같은 방대한 상상력을 모두 살려내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스토리텔링을 통해서 성경의 이야기를 우리에게 혹은 아이들에게 잘 전달해주고 있다.

이 영화를 제작한 월든미디어는 마이클 앱티드 감독과 함께 지난 2008년에 서울기독교영화제를 통해 화제가 되었던 윌리엄 윌버포스의 생애를 다룬 영화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제작한 회사이다. 그때 나는 월든미디어의 마케팅 담당자와 함께 ‘어메이징 그레이스’ 한국 프로모션을 공동으로 진행한 적이 있다. 내가 만나본 담당자, 영화를 제작한 월든 미디어의 사장과 그리고 ‘나니아 연대기-새벽출정호의 항해’의 마이클 앱티드 감독은 할리우드에서 잘 알려진 크리스천이었다. 이 영화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는 그들의 기독교적 믿음과 가치가 잘 실현된 작품이기도 하다.

(서울기독교영화제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