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언론, 어샌지 지지 안하는 3가지 이유
입력 2011-01-05 18:09
폭로 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와 설립자 줄리언 어샌지를 기소하려는 정부 움직임에 미국 언론의 반발 수준은 미미하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4일자(현지시간)에서 그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했다.
첫 번째 이유는 업무 외적으로 개인 입장을 표현하지 않는 미국 기자들의 전통 때문이다. 미국 기자들은 청원서 등에 서명하는 걸 금기시한다. 기사를 객관적으로 쓰는 데 방해된다고 믿고 있어서다. 뉴스위크는 “유럽 등 다른 나라 기자와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어샌지 출신국인 호주의 주요 언론은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에게 집단 탄원서를 보냈다. 그가 기소되지 않게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반면 미국은 탐사보도기자협회 등 2곳만 협회 차원에서 기소에 반대한다는 편지를 미 정부에 보냈을 뿐이다. 미국잡지편집자협회나 전미방송협회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미국 컬럼비아대 언론학 교수들도 기소 반대 취지의 편지를 정부에 제출했지만 단어 선택은 호주 기자들보다 조심스러웠다.
두 번째 이유는 미국 언론이 어샌지의 의도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샌지는 ‘체제는 부패했고 진실은 밝혀질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지만 대다수 미국 기자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부 기능을 망가뜨리는 보도는 미국에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유행한 ‘폭로 저널리즘’으로 현재 미국 언론엔 ‘한물 간’ 사조다.
어샌지의 폭로 방법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도 이유다. 어샌지가 기소돼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기자들조차 무차별 폭로 방식에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다. 컬럼비아대 언론학 교수인 샘 프리드먼은 “나는 우리 대학 교수들의 편지에 서명하지 않았다. 그 편지에는 타인의 삶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어샌지의 태도에 대한 비판을 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