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유명 곡 개사해 CCM으로 부르기 유행… ‘노가바’ 찬반 논란

입력 2011-01-05 20:29

요즘 교회학교 청소년들 사이에는 ‘노가바’가 유행이다. 노가바는 ‘노래가사 바꿔 부르기’의 줄임말이다.

“나는 나는 바본가봐요/ 주님 주님밖에 모르는/바보.”

걸그룹 소녀시대의 ‘Gee’를 개사한 것이다. 또 록그룹 델리스파이스의 ‘너의 목소리가 들려’도 “주님 목소리가 들려/ 주님 목소리가 들려/ 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주님 목소리가 들려”라는 기독교풍의 가사로 바꿔 불리고 있다.

이렇게 대중가요나 잘 알려진 노래들의 가사를 CCM으로 바꿔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찬반양론이 있다.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노래의 리듬에도 영적인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찬송가를 부르지 않는 이단들은 노가바를 즐겨 한다. 이 때문에 건전한 교회학교 내의 노가바에 대해서도 막연한 거부감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런 노래들이 음원이나 동영상으로 제작돼 배포될 경우 작곡자의 저작권을 침해할 우려도 있다.

반면 노가바 찬성론자들은 “거룩한 음악은 없다. 거룩한 가사가 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교회가 젊은이들의 선택이나 취향을 고려하지 않고 ‘외형적 거룩함’만을 강조하는 것을 비판한다. ‘세속적인 것은 무조건 멀리해야 한다’는 식의 이원론적인 교육이 청소년들을 교회 밖으로 몰아냈다는 것이다. 신앙의 연륜이 길지 않은 청소년들은 이러한 노래들을 통해 교회문화에 접근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기독교대한성결교회 교육국은 교육 프로그램 BCM(Body of Christ Model) 활동 가운데 하나로 ‘CCM in 가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교단 내 교회학교 학생들이 직접 작사를 하고 노래와 악기 연주, 영상 편집을 해서 동영상으로 만들었다. 성결교 교육국의 이우섭 전도사는 “예배나 말씀에는 무관심했던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동영상을 제작하면서 교회 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한편 자신들의 달란트도 발견하고 있다”면서 “이 학생들은 신앙적 목표의식을 갖고 공부도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CCM 음반 제작사 비컴퍼니의 이창원 팀장은 ‘CCM in 가요’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복음의 접촉점을 넓힌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기독교와 복음을 너무 희화화할 수 있다”면서 “청소년들의 감성과 영성을 채워줄 수 있는 고품격 영성 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최영경 기자, 신재범 인턴기자 yk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