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신성모독법’ 폐지 주장 주지사 피살… 기독교 박해 수단, 크리스천 119명 사형선고 받아

입력 2011-01-05 17:58

이슬람 국가에서 기독교인 박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신성모독법이 국제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이를 반대하던 파키스탄 펀자브주 살만 타시르 주지사가 4일 이슬람 극단주의자에 의해 살해되면서 신성모독법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신성모독법은 전 파키스탄 독재자 지아 울 하크가 1980년대 중반 이슬람 성직자들의 지지를 얻으려고 제정한 법으로, 이슬람교를 폄훼하는 표현에 대해 최고 사형선고까지 내릴 수 있다. 지금까지 사형선고를 받은 사람은 962명이며 이 중 119명은 기독교인이었다. 최근 아시아 노린(비비)으로 불리는 크리스천 여인이 사형선고를 받으면서 인권단체와 국제사회가 철폐를 주장해 왔다.

파키스탄인민당(PPP) 소속 중도파 인물인 타시르 주지사 역시 이 법의 폐지를 주장했었고 아시아 노린이 사면돼야 한다고 주장해 이슬람 단체로부터 협박을 받아 왔다.

휴먼라이츠워치 알리 하산 다얀 수석연구원은 “신성모독법은 인권에서 벗어난 것이기에 폐지돼야 한다”며 “종교 박해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자신을 정통 수니파 무슬림이라고 밝힌 한 파키스탄인은 5일 BBC뉴스 인터넷판에 “신성모독법은 전혀 신적이지 않으며 불완전한 사람이 만든 법일 뿐”이라는 의견을 남기기도 했다.

신성모독법은 주요 이슬람 국가들이 채택하려는 법안으로 지난 2005년 덴마크의 한 신문이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화를 실으면서 촉발됐다. AP통신에 따르면 2009년부터 이슬람회의기구(OIC) 56개 회원국은 유엔총회를 다니며 신성모독법에 동의해 달라고 로비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총회는 결국 지난해 12월 21일, ‘종교모독결의안’을 찬성 76, 반대 67, 기권 40으로 통과시키면서 사실상 이슬람 국가의 신성모독법을 국제적으로 인정해주는 빌미를 제공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