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죽하면 국적 버리려 하겠는가

입력 2011-01-05 17:43

중국에 사는 북한 국적자(조교·朝僑)들 가운데 중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해 북한 국적을 포기하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3000여명으로 추산되는 조교는 북한 당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탈북자 색출에 도움을 주는 충성심 강한 북한인이다. 북한 당국은 이들의 국적 이탈을 막기 위해 주중 북한 대사관·영사관에 국적 포기 신청을 거부토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교들이 중국 국적을 취득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건강보험 등 중국의 사회안전망을 이용하기 위해서다. 북한인으로 살면서 평양 당국에 충성해 봤자 반대급부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중국 국적을 얻어 ‘조선족’으로 사는 게 더 편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이유는 북한 체제에 대한 염증 때문이라고 한다. 21세기 문명사회에 3대 세습을 추진하고 있는 김정일 정권에 조교들이라고 해서 불만이 없지 않을 것이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해외에 나가 사는 교포들의 경우 조국에 대한 자긍심이 있어야 하는데 이들에겐 그 점에서 실망이 클 것이라고 본다.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는 관심이 없고 핵 개발과 군사력 증강에 몰두함으로써 지구촌 외톨이가 돼 버린 나라를 조국이라 여기는 데 싫증을 느낄 만도 하다. 태어나 살던 곳을 버리고 남한으로 온 탈북자가 2만명을 넘어선 현실을 감안하면 조교들의 북한 국적 이탈은 줄을 이을 게 분명하다.

일본의 친북단체인 조총련 조직원들도 북의 3대 세습에 반발하고 있다고 산케이 신문이 보도했다. 북한 위정자들이 정신 차리지 않으면 조총련이 와해될 날도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