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참담한 폭력·비방전과 기독교인의 소명
입력 2011-01-05 17:49
서울 강남 유명 교회들의 폭력사태가 세상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신사동에 소재한 소망교회는 2일 아침 담임목사실에서 벌어진 폭행사건으로 김지철 담임목사가 눈 주위 뼈가 부러지는 전치 4주의 상처를 입고 병원에 입원해 있고, 전직 부목사와 현직 부목사는 폭행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대치동 강남교회 일부 교역자들은 지난달 31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안팎에서 이 교회를 비방하는 전단지를 배포하다 교회 관계자들에게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으며, 경찰은 강남교회 김성광 담임목사의 관련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른 모든 기관이나 단체도 그렇지만 특히 기독교계에서 연말연시는 의미가 깊고 그래서 어느 때보다 더 낮은 자세로 거룩함을 회복하는 시즌이다. 인류의 구원자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일과 맞물려 넘치는 기쁨으로 새해를 설계하면서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고 크게 외치는 날들이요, ‘지금까지 지내온 것’을 다시 펴놓고 목청껏 찬양하는 것도 바로 이때다. 이런 은혜의 아침에 목사실에서 참담한 폭력사건이 벌어진다면, 한 교회의 핵심 교역자들이 다른 교회의 분열과 혼란을 조장하기 위해 저질 유인물을 배포한다면 이것은 기독교계의 수치일 뿐 아니라 복음 전파를 방해하는 크리스천의 패역함이라고밖에 달리 말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잖아도 사회의 엄청난 비판 앞에 놓인 기독교는 그 비판의 상당 부분이 믿음을 무시하는 사람들의 이해 부족에서 오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렇게 된 사회 분위기에 아파하면서 겸양해야 한다. 그런 반성의 토양 위에서라야 이웃사랑과 복음 전파는 열매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폭력사건이 연중행사처럼 되풀이되니 ‘간판을 내리라’는 시정의 비판 앞에서 할 말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수치는 한국 교회가 물량주의적 맘몬의 우상을 탐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교회는 “하나님과 국민 앞에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사랑과 정의가 회복되는 계기가 되게 하겠다”는 따위의 말 속에 상대편의 넥타이를 잡아당길 궁리를 계속할 것이 아니라 베옷을 입고 재를 바르며 회개해야 마땅하다. 아직도 소망교회에서 나오는 보도자료를 보면 서로 헐뜯기에 골몰하고 있다는 모습을 읽을 수 있기에 하는 말이다.
교회 내에도 많은 어려움과 복잡한 인간관계가 있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크리스천들은 누구나 예수 그리스도를 닮고 싶어 하지만 세상 속에 사는 개인이란 점에서 이해관계의 갈등 속에서 온전히 자유롭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럴수록 성경이 강조하는 것이 회개와 자기 헌신 아닌가.
교회에는 엄연히 교회헌법과 민주적 의사결정 기구가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지체(肢體)인 교회는 순종을 미덕으로 하지만 그것을 가능케 하는 요체는 민주주의 절차가 준수되는 데에 있다. 당회의 결정이 무시될 수 없는 이유다. 사회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언어를 상용화하다시피 하면서 타 교회를 흔들려고 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된 모든 경위를 부끄러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