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이어주세요] ⑦ 춘천 나눔나무 베이커리 1호점
입력 2011-01-05 19:14
지적장애인들 ‘자립의 빵’ 희망을 구워낸다
“희망 담은 반죽으로 자립의 빵을 구워요.”
5일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산천리 남양동산 제빵실. 출입문을 밀고 들어서자 고소하고 달콤한 빵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빵틀에서는 쉴 새 없이 노릇하게 익은 단팥빵이 쏟아져 나왔다. 갓 구운 빵에 버터 녹인 물을 바르는 조리사들의 손길에서는 빵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배어났다.
이곳에서 빵을 굽는 이들은 엘리트 조리사 홍순희(32·여)씨를 비롯해 모두 9명. 이들은 모두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인 남양동산에서 생활하는 지적장애인이다. 이들이 빵과 인연을 맺은 것은 2005년 10월. 홍씨가 기독교여자청년회(YWCA)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제과제빵 자격증 과정을 수료하면서부터다.
자극을 받은 동료들도 제과제빵 배우기에 나섰고 2007년 1월 남양동산에 제과제빵 시설을 갖추고 본격적인 빵 만들기에 들어갔다. 배움의 자세가 남달랐던 덕분에 이들은 2007년과 2008년 전국 지적장애인 제과기능대회 케이크 데코레이션 부문에서 각각 아이디어상과 우수상을 받았다. 남양동산 김학훈 사무국장은 “이들이 지금의 실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비장애인보다 몇 배의 노력이 필요했다”고 회고했다.
효자동 팔호광장에 위치한 ‘나눔나무 베이커리 1호점’은 이들이 정성스레 구운 빵과 쿠키를 판매하는 곳이다. 개업에는 강원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이 큰 힘이 됐다. 공동모금회는 장애인직업재활사업 신청서를 제출한 남양동산을 수행기관으로 선정해 전세 지원금, 기능보강비, 인건비 등의 명목으로 3년 동안 모두 1억원을 지원했다. 제과점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은 운영경비를 제외하고 전액 장애인 근로자들에게 돌아간다.
이들이 빵을 만들며 키우는 가장 큰 꿈은 바로 ‘자립’이다. 홍씨는 “우리가 구운 빵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며 “돈을 많이 벌어 어려운 환경에 처한 동료들도 돕고 비장애인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남양동산 이정이 원장은 “더 많은 장애인들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주변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춘천=글·사진 정동원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