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성경은 무엇인가

입력 2011-01-05 17:57


(26) 성경책을 짓밟고 불태운 인물들

영국 역사가 아널드 토인비는 고대와 현대를 거시적으로 연결시켜 집필한 ‘역사 연구’에서 26개의 고대 문명권을 면밀히 검토한 다음 “문명이 생성하고 소멸하는 과정에는 일정한 규칙성이 있으며, 부패와 이교적인 대립은 도전적인 역할만을 할 뿐이고 기독교의 진리가 가진 응답의 힘이 더 강력하여 새 역사를 충분히 전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고 나서 “이스라엘은 강대국들이 도리깨질하는 마당으로 사용되었다”라는 말을 덧붙였다.

굳이 세계 문명의 역사를 더듬어 보지 않더라도 고대 최강국이었던 애굽과 앗수르, 바벨론, 파사, 헬라, 로마 등의 발생과 성장과 해체 과정은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역사의 도전과 응전은 ‘누구의 신이 참된 신인가?’의 물음에서 시작되어 험난하고도 가혹한 검증 기간을 거쳤지만 언제나 최후 승리는 여호와 하나님의 이름을 끝까지 부른 자의 몫으로 돌려졌다. 이 과정에서 성경을 불태우고 믿는 자들을 잔인하게 학대한 악인들의 이름은 여전히 역사 기록에 남겨져 있다.

■수리아의 안티오쿠스 4세=주전 323년, 알렉산더 대왕은 바벨론에서 열병으로 마지막 숨을 거두면서 자신이 정복한 광활한 영토를 4명의 장군에게 나누어 주도록 유언하였다. 애굽 지역은 톨레미에게, 수리아 지역은 셀류큐스에게 각기 할당되었는데, 안티오쿠스는 그 가문의 4대째 후손이었다. 에피파네스라고도 불렸던 그는 성격이 잔인하고 포악했기 때문에 ‘에피마네스’(‘미쳤군!’의 뜻)라는 별명을 얻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헬라 문화를 보급시킨다는 구실을 붙여 자신들의 제우스 신을 강력히 거부하는 유대인들을 무자비하게 박해하였고, 율법책을 가진 것이 발견되면 즉석에서 처형하였다. 아마도 다니엘서에 나오는 “멸망케 하는 가증한 것”(11:31, 마 24:15)은 안티오쿠스를 가리키는 듯하다. 결국 안티오쿠스의 잔인무도한 학정은 유다 마카비 혁명을 일으키게 하는 빌미를 제공하였고, 나라는 점차 멸망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로마 황제들=예루살렘의 복음이 유대와 사마리아를 넘어 전 세계로 급속히 전파되자 크게 당황한 로마 제국은 즉시 무서운 박해의 칼날로 대응하였다. 그것은 하나님 이외의 다른 신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 기독교가 자신들의 황제 숭배 사상에 최대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콘스탄틴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하기까지 무려 290여년 동안 로마 황제들은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기독교인들을 괴롭히고 죽였으며, 성경책을 찢고 불살랐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로마법으로 십자가에 못 박았었던 나사렛 예수 앞에 무릎을 꿇고야 말았다.

■로마 교황들=중세 가톨릭 교회는 교회의 권위가 성경이나 국가, 왕들보다 더 위에 있다고 생각하였다. 더욱이 그들은 성경의 내용이 자신들의 주장을 전적으로 뒷받침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성경이 번역되어 대중적으로 읽혀지거나 개혁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몹시 두려워하였다. 독일 뮌스터 박물관에 보관된 당시의 각종 고문기구들은 로마 교황청이 성경 번역자나 개혁자들을 얼마나 야만적으로 고문하고 죽였는가를 생생하게 증언해주고 있다. 요컨대 십자가의 검붉은 피로 쓰인 성경은 피를 쏟더라도 지키고 목숨과 바꾸더라도 읽을 만한 절대 가치가 있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고영민 총장 <백석문화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