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교회 폭력사태 어떻게 봐야 하나

입력 2011-01-05 17:01

[미션라이프] 한국의 대표적인 교회이자 이명박 ‘장로 대통령’을 배출한 소망교회에서 신년 첫 주일부터 폭력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한 놀라움과 충격이 상당하다. 기독교계에서는 “한국 교회 전체의 문제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안그래도 가속화되는 한국 교회의 신뢰도 하락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와 소망교회에 따르면 이 교회 부목사 조모(61·여)씨와 전 부목사 최모(53)씨는 2일 오전 9시쯤 당회장실에 들어가 당시 2부 예배 설교를 준비하고 있던 김지철(62) 목사를 폭행했다. 김 목사는 주먹으로 얼굴을 맞아 눈 주위 뼈가 부러져 전치 4주 진단을 받았으며 이 밖에도 배와 허리 등에 타박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남경찰서는 공동상해 혐의로 최씨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조씨는 불구속 입건했다.

사건 직후 조씨와 최씨도 피해를 주장하며 김 목사와 다른 병원에 입원했지만 교회 관계자는 “최씨와 조씨가 당회장실에 들어가 문을 잠근 후 비서 목사가 부수고 들어갈 때까지가 불과 2분여에 불과하다”면서 “짧은 시간에 그 정도 상해를 입혔으면 처음부터 폭력을 작정하고 난입한 것이므로 쌍방 피해는 설득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폭력의 이유에 대해서는 “최씨는 지난해 해임된 일, 조씨는 최근 인사발령에서 담당 교구를 받지 못한 일로 앙심을 품었다”고 양측이 같은 설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외부에서는 소망교회를 개척해 대형교회로 성장시킨 곽선희 목사가 2003년 원로목사로 물러나고 김 목사가 담임목사로 부임한 이후 계속돼 온 교회 내 갈등과 이번 일이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교회 장로를 위시한 성도와 재직들이 김 목사에 대한 ‘지지파’와 ‘반대파’로 나뉘어 마찰을 빚어 온 것이 사실이다. 또한 조씨와 최씨가 ‘반대파’ 장로들과 가깝게 교류해온 점은 교회 측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이번 일을 ‘교회 내 계파 갈등에 따른 결과’로 해석하기에는 일탈의 정도가 심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 교회 한 원로장로는 “교회 내 ‘반대파’는 점점 입지가 좁아져 최근에는 거의 소멸돼 가는 중이었다”고 설명하며 “두 부목사가 이에 대한 위기감으로 극단적인 일을 벌였을 뿐이지 교회 전체 분위기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교단 출신인 한 교계 연합기관 대표는 “이 일을 통해 결국 한국 교회 내에 뿌리 깊이 스며들어 있는 ‘물질주의’를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교회가 성장하고 물적 자원이 풍부해 지면 구성원들이 서서히 신앙생활이라는 본질보다는 이 자원을 운용할 수 있는 권력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러면서 교회 내 권력 및 이권 다툼이 정상 수준을 벗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다만 이 대표는 “이런 사건을 한국교회 전체를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자칫 “교회에서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지면 오히려 금기가 해제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이유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도 “한 교회에서 일어난 일이고 소속 교단이 자정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는 이유로 공식 입장을 내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 일이 단순한 해프닝으로 지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 사건이 사회적으로 반향이 큰 것은 소망교회가 MB 정권 이후 ‘고소영 내각’ 등으로 회자되면서 ‘엘리트 교회’, ‘지도층 교회’로 인식된 것과도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교계의 한 관계자는 “이런 교회의 당회장실에서 원초적인 ‘주먹다짐’이 일어난 것만으로도 한국 교회 신뢰도가 큰 타격을 입을 것은 자명하다”면서 “그 신뢰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한국 교회 전체가 오랜 시간 뼈아픈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