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예산 한푼도 못챙긴 0원짜리 의원”… 구청장이 공천권 쥔 국회의원 질타

입력 2011-01-04 18:47

“국비확보에 무관심한 0원짜리 국회의원이 어디 있느냐.” “두 달밖에 안된 구청장이 예산배정 과정을 전혀 모르고 한 인신공격이다.”

광주 서구청장과 지역구 국회의원이 특별교부세 등 지역 예산배정의 공과를 둘러싸고 새해 벽두부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살림을 책임지는 단체장이 지방선거 과정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고 지역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과 힘겨루기를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종식 서구청장은 지난달 통장 워크숍 등 공개석상에서 “서구갑 조영택 의원이 77억원, 비례대표인 한나라당 이정현 의원이 34억원을 확보한 반면 서구을 김영진 의원은 과거 3년간 지역을 위한 예산을 한 푼도 확보하지 못했다”고 먼저 포문을 열었다.

이 같은 김 청장의 원색적인 비난에 김 의원은 4일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도서관 68억원과 서창교 부근 기반시설 구축 6억원 등 내년 서구을 현안사업에 필요한 국비 83억원을 확보하는 데 앞장섰다”며 “김 청장의 발언은 사실과 다른 터무니없는 음해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반박했다.

김 청장과 김 의원이 한 치의 양보 없는 공방전에 돌입하자 지역정가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해 10·27 재선거를 통해 당선된 뒤 2개월여 밖에 되지 않은 김 청장이 개인적 감정에 치우친 나머지 사려깊지 못한 행동을 했다”며 김 의원을 두둔하고 있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5선 관록을 자랑하는 김 의원의 화려한 경력에 비춰보면 김 청장의 발언이 사실에 가까울 것”이라며 김 청장을 옹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역민들은 “31만명 서구민 화합에 쌍두마차가 돼야 할 단체장과 지역구 의원이 서로 할퀴고 다툼을 벌여 볼썽사납다”는 반응을 보였다.

2008년 4월 18대 총선 이후 민주당 소속인 김 의원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온 김 청장은 10·27 서구청장 재선거 공천 과정에 불만을 품고 민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