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자원 보호하라” 창살 없는 감옥생활

입력 2011-01-04 18:37

출퇴근 금지된 축산기관 직원들

구제역 확산에 불안감을 느낀 축산기관들이 스스로 출입을 통제하면서 직원들의 ‘창살 없는 감옥생활’이 계속되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한우시험장 직원 50명은 시험장과 26㎞ 떨어진 대화면 한우농가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가 접수된 지난달 21일부터 출퇴근이 금지돼 4일까지 보름째 내부에서 생활하고 있다. 한우시험장은 56년간 지속적으로 개량된 우량한우 699마리가 사육되고 있는 국내 한우산업 기술의 집약지다.

직원들은 조를 짜 연구소 내에 비축돼 있던 쌀과 라면, 김치로 식사를 해결하고, 주유소 차량조차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난방도 최대한 자제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가족과 만날 날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난 3일에는 김태일 연구사 아버지의 임종소식이 전해져 동료 모두가 슬픔에 빠지기도 했다. 장례를 위해 외부로 나간 김 연구사는 한우시험장 대신 외곽에 설치된 방역 초소에서 근무하게 된다.

경기도 수원시 오목천동에 위치한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 산하 가축유전자원시험장 직원들도 지난달 29일부터 외부와의 교류를 끊은 채 고립생활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국가 가축유전자원 보존과 활용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한우 154마리와 젖소 35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우수 품종의 한우와 돼지 종자를 개발하기 위해 한우 종우(種牛·씨소) 200마리와 종돈(種豚·씨돼지) 330마리를 사육 중인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 경기도 축산위생연구소 가축연구팀도 마찬가지다. 이곳 직원 15명은 구제역이 발생한 지난달 29일 이후 외부외출이 전면 금지돼 관사와 축사만 오가는 제한된 생활을 하고 있다. 반경 2㎞ 안에 있는 농가에서 구제역이 발병하면 지난 5월 충남 청양군의 충남도 축산기술연구소처럼 심혈을 기울여 육종해 왔던 종축과 보관 정액을 모두 폐기처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국가자산 손실이다.

국립축산과학원 장영내 팀장은 “구제역 유입을 막기 위해 직원들의 출퇴근을 전면 금지하고 외부인의 출입도 차단했다”며 “구제역으로부터 귀중한 국가 축산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국종합=정동원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