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도 구제역 예방 백신 접종 검토
입력 2011-01-05 01:05
정부가 소 외에 돼지에도 구제역 예방 백신을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방역망만 믿고 백신 접종을 미루던 정부가 구제역의 전국 확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닥쳐서야 접종지역과 대상을 확대하면서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식 대처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고위 관계자는 4일 “최근 열린 가축방역협의회 실무회의에서 돼지에 대한 예방백신 접종 방안이 논의됐으며 관련 단체들과 계속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돼지의 구제역 바이러스 전파력이 소의 3000배에 달하는 만큼 돼지에도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지만, 정부는 돼지의 구제역 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 등으로 백신 접종을 소에만 국한시켜 왔다. 접종 지역도 경기권 특정 발생지 주변에 국한시켰던 정부는 지난 3일 경기 전역과 강원·충청은 물론 아직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지역에 대해서까지 선제적 접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29일 경북 안동에서 시작된 구제역이 경기, 강원을 넘어 인천, 충청까지 확산돼 전국적 발생이 현실화된 이후였다.
정부가 돼지에 대한 백신 접종을 검토하는 것도 3일 충남 보령 돼지농장에 이어 이날 충북 괴산군 돼지농가에서 구제역이 확인되는 등 충청권 구제역이 돼지 농가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기미가 나타난 후다. 이날 강원 철원·홍천과 경기 의정부 한우농가에서도 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했고, 강원 춘천·동해 한우농가와 강원 양양군과 충북 진천군, 경기 용인 돼지농가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또 예방 백신을 맞은 인천 강화군 한우 1마리가 구제역 의심증상을 보였는가 하면 경기 파주시에서 백신을 접종한 한우도 돌연사하는 등 이상증상을 보였다.
돼지에 대한 백신접종이 실시될 경우 대상지역은 돼지 구제역 발생 지역 및 경기 안성·이천·여주·평택, 충남 보령·홍성·당진·서산 등 모돈(어미돼지)과 종돈(씨돼지)을 주로 기르는 8개 지역과 경기도와 충남 천안 구제역 발생지역 반경 10㎞ 이내 지역 등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번 구제역이 앞으로 두 달간 서서히 진정될 경우 한우와 돼지고기 수요가 각각 7.2%, 8.0% 감소하면서 2∼3월 한우와 돼지고기 가격이 기존 전망치보다 6∼10%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