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근’특보가 도대체 뭐지… 靑, MB 신임 두터운 2인 역할 놓고 說 분분
입력 2011-01-04 21:49
‘12·31’ 개각 인사에서 임명된 박형준 이동관 두 ‘상근 특보’를 둘러싼 청와대 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권 2기 청와대 수석비서관이었던 두 사람과 현 3기 참모진의 파워 게임으로 해석하는 시각마저 등장하고 있다.
우선 역할 논란이 거세다. 왜 이명박 대통령이 굳이 ‘상근’이라는 이름을 붙여 특보에 임명했느냐는 의문부터 논란의 대상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박 사회특보와 이 언론특보에게 ‘모종의 임무’를 부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4일 “상근 특보로 임명한 것은 그만큼 이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두 사람 모두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만큼 활발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장관직 진출이 좌절된 두 사람에게 일종의 ‘명예직’을 준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특별한 임무는 없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상근 특보라는 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마라. 일종의 대기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도 3일 선임비서관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상근이든, 비상근이든 특보는 대통령에게 자문하는 역할일 뿐이다. 청와대에 두 개의 라인이 있는 것처럼 비치면 행정부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정리했다.
불분명한 역할 문제는 회의 참석 범위와 사무실 논란으로 이어졌다. 상근 특보가 특별 임무를 수행하려면 수석회의에도 참석하고, 청와대 내에 사무실도 있어야 하며 지원 인력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반면 딱히 할 일이 없기 때문에 특별대우를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아울러 두 특보가 3일 발표된 이 대통령의 신년 특별연설문 작성에 참여했는데, 현 청와대 참모들 사이에는 이들이 ‘불필요하게 대통령의 시간을 너무 많이 빼앗고 있다’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
이 대통령이 차기 대선 구도 관리를 위해 강성으로 평가받는 두 특보를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임 실장-정진석 정무수석 라인이 ‘온건파’라면 박형준-이동관 라인은 ‘강경파’로 분류된다. 실제 2기 참모진이 일할 당시 청와대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사사건건 대립했다. 그러다 임 실장과 정 수석이 청와대에 입성한 뒤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의 독대가 이뤄지면서 화해 기류가 조성됐다.
두 특보와 가까운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 입장에서는 때로는 각을 세우는 사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현 청와대 참모들의 생각은 다르다. 핵심 관계자는 “만일 박 전 대표와 계속 대립관계였다면 지난 연말 국회에서 4대강 예산이 통과됐겠느냐”며 “2기 참모진은 박 전 대표와 대립하면서 결국 세종시 수정안도 처리 못했고,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뒤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논란에 아직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참모진 경쟁 체제를 통해 최대의 성과를 이끌어내려는 ‘MB 용인술’이라고 보는 관측도 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