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텃밭서 바람 몰고 다니는데… 대권 예열? 조기 과열?

입력 2011-01-05 01:11

새해 벽두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도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2박3일 일정으로 내려간 대구에서도 지지자를 몰고 다니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박 전 대표 측은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시작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대선을 2년이나 앞둔 시점에 표면화된 ‘박근혜 대세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레임덕 논란=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세론이 언제까지 갈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은 박근혜 시대”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박 전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조급하게 대세론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며 “현 정부의 레임덕을 가속화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도 밝혔다.

이에 박 전 대표의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은 “해마다 해왔던 지역구 신년 인사를 다니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고 반박했다. 친박근혜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가 캠프를 만들거나 강연을 하는 것도 아닌데 레임덕 운운하는 것 자체가 박근혜 흠집내기라고 보고 있다. 한때 친박계 좌장이었던 김무성 원내대표는 “정치지도자나 국회의원으로서 의례적으로 하는 정치활동을 (언론이) 너무 크게 보도하고 있다”며 “유력 주자가 현 정권, 자기 당의 대통령이 하는 일에 대해 다른 소리를 내면 문제가 되지만, 박 전 대표는 다른 소리를 낸 게 별로 없어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지금은 (정치전략 면에서)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그런 의미에서 박 전 대표가 잘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박 전 대표는 북한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고 한창 좌클릭하다 (대선) 후보에서 떨어지고 나서 우클릭했다”며 “올해는 토끼해인데 누구든 집토끼를 잘 잡아야 하고 내년에는 산토끼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지율 향방은=박근혜 대세론을 보는 시각도 차이가 있다. 친이계는 현재 박 전 대표 지지율 자체는 인정하지만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친이계 핵심 의원은 “야당은 물론 여권의 주자군이 뚜렷하게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이 박 전 대표에게 갖고 있는 호감도가 지지도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대안과 비전을 분명히 밝히고 국민들로부터 평가받고 지지를 받은 것이 아니라 언제라도 지지율은 주저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측도 지지율 자체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눈치다. 다만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이 특정 지역이나 연령대에 치우치지 않고 고르게 나오고 있다는 점 등 구체적인 추세를 분석하며 차분히 지켜보는 분위기다. 한 정치권 인사는 “다른 여권 주자들이 부각될 수 있을지, 야당 주자군에 변화가 생길지 등 변수가 많아 올 하반기는 돼야 본격적인 게임의 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방문 이틀째=박 전 대표는 대구 방문 이틀째 일정을 소화했다. 정치적인 해석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대권 행보와 관련된 언급은 일절 하지 않았다. 대신 장애인복지시설 등을 찾아 복지 분야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박 전 대표는 노인종합복지관을 찾아 “정부 혼자서는 복지를 감당할 수 없는 세상이 됐고, 민간단체와 협력해서 봉사하시고 싶은 분들께 길을 잘 열어드리면 된다”며 복지정책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또 대구시당 여성정책아카데미 신년행사에 참석해 여성 정치인 역할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박 전 대표는 “토끼는 자신이 만든 길로만 다니는 동물이라고 한다”며 “정치를 꿈꾸시는 여러분의 길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하며 여성 스스로가 좀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때 우리 정치 모습도 권력 정치에서 생활정치로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나래 기자, 대구=유성열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