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뿔났다… 정부, 물가 등 사사건건 ‘간섭’
입력 2011-01-04 21:23
한국은행이 새해부터 정부에 뿔이 단단히 났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도 물가 안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나가도 너무 나간다’는 반응이다.
기획재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돼 있는 한은 직원들의 급여 상승률이 공무원에 비해 낮은 데 대해서도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은 직원들은 이들 사안을 지난해 열석발언권 행사, 금통위원 장기 공석 방치에 이은 정부의 또 다른 한은 독립성 훼손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정부와 한은 간의 거리가 새해 들어 더 벌어진 모습이다.
새해 첫 근무일인 3일 일부 한은 직원들은 김동수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의 취임사를 듣고 불쾌한 심정을 숨기지 않았다. 김 위원장의 잇단 물가 발언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가 물가를 포함한 거시경제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공정위가 물가당국이냐는 지적에 아예 “이는 나무만을 보고 숲은 보지 못하는 근시안적 논리다. 물가 안정을 위한 공정위 역할은 어느 때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은 관계자는 “공정위원장이면 기업의 공정 경쟁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김 위원장의 발언을 비판했다. 관치의 냄새가 솔솔 풍긴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정부)가 물가를 억제할 테니 쓸데없이 금리 올리지 마라’는 구시대적 사고를 보인 것”이라고 말했다. 팀장급 직원은 “많은 직원들이 할말은 많지만 참고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한은 노조는 최근 성명서에서 “재정부가 한은의 2011년 인건비성 예산을 사실상 동결된 수준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어느 공공기관과도 비교할 수 없는 차별”이라며 재정부가 예산 승인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경태 노조위원장은 “올해 인건비 증가율은 2%도 안 되는 수준”이라며 “이는 공무원의 5.1%보다 터무니없이 낮으며 사실상 한은에 구조조정을 강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이런 문제들이 돌출적이라고 보지 않는 분위기다. 정부가 지난해 사문화됐던 재정부 차관의 금통위 열석발언을 행사하고 금통위원 8개월 공석사태를 방치하는 등 일련의 중앙은행 흔들기의 연장선상이라는 것이다. 직원들은 이런 문제들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한은 경영진에 대한 실망감도 숨기지 않고 있다.
정부는 “한은이 너무 예민하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정부가 물가안정에 신경 쓰겠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부는 “올해 한은의 총인건비 증가율은 3%대 수준”이라며 “공공기관보다는 다소 낮지만 지난해보다 많이 올렸다”고 말했다.
고세욱 김아진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