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 맞은 토끼들, 백화점 갤러리에 모였다

입력 2011-01-04 17:44


동물 가운데 토끼만큼 동서고금을 통틀어 예술 창작의 소재로 자주 활용된 경우도 드물 것이다. 비디오 아트 창시자 백남준은 ‘달과 토끼’의 이미지를 TV 작품에 자주 활용했고,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요셉 보이스는 ‘죽은 토끼에게 어떻게 그림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퍼포먼스를 통해 자기 작업의 토양과 생식, 그리고 육화(肉化)에 대한 담론을 관람객들에게 들려주었다.

2011년 새해를 맞아 엽기발랄한 토끼들이 깡총깡총 뛰어 백화점 갤러리에 모였다.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9층 롯데갤러리는 ‘달려라, 토끼(Run, Rabbit)’ 전을 2월 6일까지 연다. 박애정 문범강 강상훈 김은주 김영미 강지호 김송은 백기은 원정숙 윤종석 이건우 이샛별 이선경 이소연 정세원 천성명 등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작가 16명이 40여점의 토끼 관련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는 ‘은유와 상징’ ‘자기애와 환영’ ‘시선의 확장’ 등 3부로 구성됐다. 옷과 토끼의 이미지를 중첩시킨 윤종석의 ‘플레이 보이’, 독서하는 토끼 등 인간과의 공존을 우화적으로 묘사한 김영미의 ‘인문학을 건지다’, 토끼를 길렀던 경험을 철사 설치와 드로잉으로 표현한 백기은의 작품이 친숙하게 다가온다. 에비뉴엘 1층에 설치된 박애정의 토끼 조각은 2월 21일까지 전시된다(02-726-4428).

서울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관 12층 신세계갤러리도 신묘년 새해를 맞아 토끼를 주제로 한 작품들과 한 해의 안녕과 행복을 소망하는 세화(歲畵)들로 구성한 ‘신년묘(卯)책’ 전을 24일까지 개최한다. 강석현 나희창 노준 도영준 서은애 서희화 신치현 윤기언 이동환 등 독창적인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9명의 작가들이 회화 조각 부조 소품 등 28점을 선보인다.

전통 동양화의 풍경 속에 작가 자신이나 현대의 사물을 집어넣어 코믹하게 그리는 서은애의 ‘복 십이지신도’, 근육질 토끼가 쌍절봉을 돌리는 모습을 그린 이동환의 ‘더 이상 안돼!’, 세화를 현대식으로 꾸민 서희화의 ‘모란기명도’ 등이 재미있다. 노준의 ‘돌기둥 위의 누리’, 도영준의 ‘토끼 머리’, 신치현의 ‘토끼’ 등 조각 작품들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02-310-1924).

글·사진=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