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 허용해야
입력 2011-01-04 17:38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때 감기약 등 일반의약품의 슈퍼마켓 판매를 거론한 후 이에 대한 논쟁이 불붙고 있다. 시민단체와 의사단체들은 이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이를 허용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반면 대한약사회는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복지부는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에 찬성하는 측은 국민의 편의성과 선택권을 강조하고 있다. 공휴일이나 명절, 야간의 약품구매 불편을 해소할 필요가 있으며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된 약품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약사회는 약물 오남용으로 국민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약국 1곳당 국민수가 세계 최저수준으로 약국 접근성이 매우 높다고 반박하고 있다.
반대할 수밖에 없는 약사회의 입장은 이해가 가지만 논리는 궁색해 보인다. 이미 소비자들은 감기약이나 반창고, 피부 연고 등 일반의약품을 아무런 통제 없이 약국에서 구입하고 있다. 이를 슈퍼에서 판다고 해서 국민 건강과 관련해 달라질 게 없다. 약국에서 팔면 덜 먹고 슈퍼에서 팔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을 거라는 논리는 국민을 바보로 여기는 것이다. 약사법에도 일반의약품을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과 달리 ‘국민이 선택할 수 있는 안전한 약’이라고 규정하고 있지 않은가. 오용(誤用) 가능성에 대해서는 복약설명서를 좀 더 쉽고 자세하게 개선함으로써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약국 1곳당 국민수가 세계 최저수준이라는 것은 거꾸로 우리 국민의 불편이 크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일반의약품을 슈퍼에서 팔기 때문에 주로 전문의약품을 다루는 약국은 많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약사회가 일반의약품 슈퍼 판매를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밥그릇, 즉 수입이 줄어들기 때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약사들의 이익을 위해 선진국 국민들이 누리는 편익을 우리 국민에게 포기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 복지부의 태도는 무사안일주의의 전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