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메시지 없는 새해인사 왜 왔나” 손학규, 靑수석에 쓴소리
입력 2011-01-04 00:38
청와대와 민주당이 연초부터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3일 새해 인사를 온 정진석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작심하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이에 청와대는 ‘속 좁은 처사’라고 맞받았다.
손 대표는 신년 인사차 영등포 당사를 방문한 정 수석과 인사를 나눈 뒤 “대통령이 정말 인사를 전할 마음이 있으면 수석에게 인사치레를 전할게 아니라 지난 (연말) 국회의 날치기 통과에 대한 유감의 뜻을 갖고 그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줘야 마땅하다”고 쏘아붙였다. 이어 “대통령의 신년연설을 보고 실망했다. 국정이 파행으로 가게 된 데 대해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최소한의 유감표명이라도 해야 할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또 “야당과 의회를 그렇게 무시하고 짓밟으면 나라의 격이 떨어지고 대통령의 격이 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 수석은 “겉과 속이 다르지 않다. 제가 인간적으로나 정치 선배님으로도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하는 것”이라며 “오늘은 대통령의 말씀을 전하러 온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손 대표는 “대통령의 메시지나 인사를 전하러 온 것이 아니면 뭐 하러 왔느냐. 야당 대표가 할 일이 없어서 인사치레로 인사를 받겠느냐. 메시지가 없다면 돌아가라”면서 “대통령은 ‘웃기네’ 할지 모르지만 제1야당 대표가 오죽하면 길거리에서 거적때기를 깔고 그렇게 (장외투쟁을) 하겠느냐”고 거듭 날을 세웠다.
정 수석은 “역정내지 마시라. 대통령도 걱정을 많이 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손 대표는 “개인적 동정은 바라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손 대표는 “국민을 무시하고 짓밟으면 역사적 심판을 받는다”면서 이 대통령이 새해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 강기정 의원과 물리적 충돌을 빚은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에게 격려 전화를 한 데 대해서도 “정말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정무수석이 대통령을 대신해 연초에 정치 지도자들을 예방하는 것은 정치권의 오랜 관행”이라며 “신년 인사차 찾아간 정무수석을 공개적으로 힐난한 손 대표의 속 좁음과 이중성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손 대표가 대통령 메시지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정무수석에게 정치공세를 펼친 것은 정치도의에 어긋나는 결례”라며 “이런 행태를 계속한다면 어느 누가 만나려 하겠느냐. 모든 만남에 용건이 있어야 한다면 손 대표는 무슨 정치적 거래를 위해 (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을 만났느냐”고 역공을 폈다.
이처럼 청와대와 제1야당이 첨예하게 맞섬에 따라 여야 대치 정국도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엄기영 이도경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