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폭탄테러 종교갈등 번지나… 성난 콥트 기독교도, 이틀째 항의 시위
입력 2011-01-03 21:12
새해 첫날 이집트에서 발생한 교회 폭탄테러가 이슬람교와 콥트 기독교 간 종교 갈등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카타르 민영 방송인 알자지라는 이집트 북부 알렉산드리아의 교회 인근에서 폭탄테러로 21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직후 성난 콥트 기독교도들이 테러 현장과 수도 카이로 등에서 이틀째 테러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자지라는 이날 1000여명의 기독교 신자들이 카이로 시내에서 지나는 차량을 세우고 돌을 던지며 진압 경찰들과 대치했다고 전했다. 기독교 신자들은 또 오스만 모하메드 경제개발장관이 이집트 콥트 기독교 교황인 셰누다 3세와 면담한 뒤 카이로 성마르크교회를 나서자마자 차량에 돌을 던지는 등 테러 사태에 강력히 항의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지 일부 언론은 이번 사태로 ‘종교 내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1975년 레바논 내전처럼 무력충돌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갈등에 불을 지른 것은 교황 베네딕토 16세다. 교황이 “이번 테러는 신과 인류에 대한 공격”이라며 테러 규탄 메시지를 보내자 이집트의 이슬람 최고 지도자가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이슬람교 사원인 알아즈하르의 그랜드 셰이크(최고 종교지도자) 아흐메드 엘 타예브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교황 발언은) 이집트 문제에 대한 간섭이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슬람교인들도 “교황이 이슬람교인을 노린 테러는 침묵하고 기독교인만 감싼다”며 반발했다.
사태가 대규모 종교 갈등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사태 진화에 나섰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테러는 외부인 소행으로 보인다”면서 “테러리스트들은 이집트의 안정과 평화, 기독교인들과 이슬람교인들의 화합을 위협할 순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지 경찰도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배후에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콥트 기독교는 중동에서 가장 큰 기독교 종파로 이집트에선 전체 인구 약 8000만명 중 10%가 콥트 기독교인이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