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美, 北 핵실험을 MD 구축 명분 삼아”

입력 2011-01-03 18:40

미국이 2009년 북한 핵실험 등을 미사일방어(MD) 체제 구축 명분으로 삼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가 3일 공개한 미 국무부 외교전문에는 “최근 북한 도발행위는 MD 체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다. 북한 도발은 미·일 동맹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적혀 있다.

이 전문은 2009년 9월 18일 작성된 것으로 전 세계 MD 체제의 현황과 과제를 다루고 있다. 미국은 전문에서 “우리는 동맹국과 힘을 합쳐 북한과 이란 등 불량 국가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전문에서 가리키는 북한의 도발은 2009년 5월 제2차 핵실험과 같은 해 7월 미사일 실험으로 보인다. 전문에는 탄도미사일방어 체제에 관한 일본의 협력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는 미 국무부 입장도 포함됐다.

2009년 9월 18일은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폴란드와 체코에 MD 체제를 구축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미국과 유럽을 위한 새로운 MD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한 날이다.

한편 위키리크스가 지난달 28일 공개한 다른 전문에는 “한 중국 인사가 북한 및 대만 문제 등 중국의 핵심 정책은 공산당 정치국원 25명이 함께 모여 결정한다고 말했다”는 주중 미국대사관 보고(2009년 7월 23일자)가 포함돼 있다.

전문에 등장한 중국 인사는 중국 공산당 정치국을 “전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조직”이라고 풍자한 뒤 “장쩌민(江澤民) 계열과 후진타오(胡錦濤) 계열 어느 쪽도 주도권을 쥐지 못해 합의로 중요한 이슈에 관한 결정을 내린다”고 전했다. 세부적 문제는 9명으로 구성된 정치국 상무위원회가 결정한다고 돼 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