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신년연설-안보·대북분야] “北, 진정성 있는 핵포기가 중요”
입력 2011-01-03 21:24
이명박 대통령의 3일 신년특별연설의 대북·안보분야는 몇 개의 키워드로 정리될 수 있다.
핵 포기 진정성, 대화의 문, 강력한 응징, 관련국의 책임 있는 역할, 북한 동포와 통일정책 등이다. 이런 키워드들은 일련의 흐름으로 연결된다. 북한이 핵 포기의 진정성을 보이면 대화가 가능해지고, 이 과정에서 중국 등 관련국은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우리는 내부적으로 안보를 튼튼히 하며 북한과의 통일에 대비한 통일정책을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어떤 것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이 대통령의 연설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도, 남북 대화를 강조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일단 청와대 내 주류 의견은 ‘북한의 핵 포기 진정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핵심 관계자는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가 나와야 나머지 문제가 풀린다”고 했다. 연설에서 6자회담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 관계자는 “6자회담은 지엽적인 문제”라며 “회담이 중요한 게 아니라 회담의 전제조건인 북한의 진정성 있는 핵 포기 조치들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통일정책은 지난 연말 통일부 업무보고 때부터 공식 등장한 북한 주민 우선 정책이다. 북한 정권과 일반 주민을 분리하고 밑으로부터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의미로, 흡수 통일론과 맥이 닿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표현 수위를 조절해 원론적으로만 언급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관련국들의 공정하고 책임 있는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언급한 것은 중국을 겨냥한 메시지라는 데 이론이 없다. 북한의 최대 후원자인 중국이 북한으로 하여금 핵을 포기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 대통령은 핵 포기를 강조하면서도 “대화의 문도 아직 닫히지 않았다”고 여지를 남겼다. 북한이 지난 1일 신년사설을 통해 대화의지를 강조하자, “핵 포기 의사가 있다면 대화가 가능하다”며 공을 북한에 넘긴 셈이다. 이 대통령의 신년연설은 연평도 포격 직후 나온 ‘이제 북한에 기대할 것은 없다’는 강경론보다는 유연해졌다는 평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평도 도발이 있은 지 한 달여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갑자기 대화기조로 갈 수는 없다”면서도 “그렇다고 언제까지 대결상태로 있을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결국 이 대통령은 신년연설에서 ‘안보, 핵 포기, 대화’라는 화두를 모두 제시했다. 이 때문에 이제까지와 마찬가지로 2011년 남북 관계는 미국·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움직임과 남과 북의 정치적 판단 등이 맞물려 유동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