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교수, 감쪽같이 속았네!… 10년간 카이스트 교수 행세

입력 2011-01-04 00:40

10년 동안 카이스트(KAIST) 교수 행세를 하며 자신 이름을 내건 방송을 진행하고, 거액의 연구용역비까지 챙긴 60대가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판사 박철)는 KAIST 교수를 사칭해 수협중앙회, 한국철도공사개발원 등에서 연구용역비 명목으로 1억7600여만원을 받은 혐의(사기) 등으로 전모(63)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3일 밝혔다.

전씨는 2006년 2월 연구원 10명이 참여한다는 허위 연구계획서를 작성해 수협중앙회와 마케팅 전략 관련 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한 뒤 연구용역비 명목으로 208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다. 전씨는 또 2007년 6월 ‘미국 워싱턴대학에서 MBA’ ‘미 펜실베이니아대 박사학위’ ‘KDI 수석연구원’, ‘현재 KAIST 정교수’라고 기재한 허위 이력서로 한국철도공사 인력개발원 강의를 맡아 강사료 90여만원을 받았다.

전씨는 교수 행세를 하며 쌓은 경력을 이용해 2008년 7월 한 인터넷 교육업체에서 사업관련 연구용역비 및 자문료 명목으로 4600여만원을 챙겼고, 인터넷 강의에 출연하는 강사 11명의 전속 계약금 3300만원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전씨는 KAIST 내 산학협력업체에서 일하다 2001년 교수 사칭으로 퇴출됐지만 이후에도 KAIST 교수 이름으로 여러 권의 경영서적을 출판하고, 자신의 이름을 내건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등 마케팅 전문가로 활동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 과정에서 전씨가 허위 이력으로 책을 펴낸 뒤 주위에서 KAIST 교수로 인정을 해주고 각종 활동을 부추겨 자신도 어쩔 수 없이 거짓신분 활동을 하게 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노석조 기자 stonebir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