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상비약 슈퍼에서도 팔아야” 재점화

입력 2011-01-03 21:14


감기약, 반창고 같은 일반의약품을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자율판매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불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댕겼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보건복지부 업무보고 때 “미국은 슈퍼에서 감기약을 사 먹는데 한국은 어떻게 하나”며 관심을 보였다. 시민·의사 단체는 국민 편의성을 강조하며 자율판매 허용에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약사들은 국민 안전성을 내세우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건강복지공동회의 등 보건·소비자·여성·법률 분야 25개 시민단체는 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정상비약의 약국 외 판매를 촉구키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의사도 시민단체 편에 섰다. 지난달 말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일반의약품을 슈퍼마켓, 편의점에서 팔게 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국민 불편 해소를 내세우고 있다. 특히 약국이 문을 닫는 밤 시간을 문제 삼았다. 약사도 감기약 같은 일반의약품 판매에는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약물 오남용 문제는 국민 의식수준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은 안전성·효능성이 입증된 간단한 일반의약품을 편의점 등에서 자율판매하고 있다”며 “국민의 구매 편의가 최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약사들은 절대 반대를 외치고 있다. 국민 편의성만 강조하다가 안전성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약국은 약물 오남용이나 불량 약품 회수·교체 등을 책임지는 안전장치라는 논리다.

약사들도 밤 시간을 비롯해 휴일에 약국 이용이 불편한 점을 인정한다. 대한약사회는 휴일에 문을 여는 당번약국, 새벽 2시까지 또는 24시간 영업하는 심야응급 약국을 자율시행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국토가 넓고 의료체계가 촘촘하지 못한 미국을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하는 건 잘못됐다”고 말했다. 도심에서 심야응급 약국을 운영했더니 밤 시간에 고객이 거의 없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주무부처인 복지부의 입장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 편의, 약물 오남용 등 찬반 입장 모두 무시할 수 없다”며 “우선 해외 실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이 문제가 시민단체·의사, 약사의 밥그릇 싸움으로 번져 사회갈등으로 확산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