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유탄 맞은 야채상점 “상추 절반도 안 팔려요”

입력 2011-01-03 21:29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르포

3일 오후 2시쯤 야채 상점이 늘어선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은 전에 없이 한산했다. 장바구니를 들고 나온 인근 주민만 가끔 야채를 뒤적이다 갔다. 평소 고객이 몰리는 저녁식사 시간에 대비해 야채를 여러 상자씩 실어가던 고깃집 주인들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고깃집 장사 안 되니 야채장수까지 울상=구제역의 장기화로 야채 도매상이 유탄을 맞고 있다. 상추 고추 깻잎 양배추 브로콜리 등 식당에서 고기와 함께 내놓는 야채 매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26년째 가락시장에서 야채를 팔고 있는 인화상회 최중남(68·여)씨는 “하루 4㎏짜리 20상자씩 팔던 상추를 요즘 10상자도 못 팔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씨는 “구제역 파동으로 고기를 먹는 사람이 줄면서 고깃집을 주 고객으로 하는 우리도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가락시장 노상에서 양상추와 브로콜리를 주로 파는 차분선(51·여)씨는 “올 겨울 야채 가격은 예년의 절반 수준인 데도 못 팔고 남은 게 많아 그대로 시들거나 얼어버리는 걸 눈뜨고 봐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대흥농산을 운영하는 윤명숙(52·여)씨는 “경기가 살아날 만하면 가축 전염병이 터지는데 정말 죽을 맛”이라고 했다.

2일 오후 9시 서울 공릉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42·여)씨는 퇴근 준비를 하느라 바닥에 걸레질을 하고 있었다. 연초임을 감안하더라도 고깃집이 문 닫기에는 이른 시각이었다. 김씨는 “연말과 연초는 회식이 잦아 특히 장사가 잘되는데 구제역 영향으로 매출이 기대에 많이 못 미친다”며 “구제역이 더 확산될까봐 걱정이 태산”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깨끗한 위생 관리로 구제역 초기 매출 변화가 없었던 대형 고깃집도 영향권 속으로 들어가는 양상이다. 구제역 여파는 지방이 심하다. 강원도 횡성에서 최용백(39)씨가 운영하는 한우 전문점은 구제역 발생 직후 하루 매출이 반으로 줄었다.

◇재고 동나면 대형마트 육류 가격도 폭등 조짐=대형마트에서 파는 한우와 돼지고기는 아직 일정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1등급 한우 등심을 100g당 7980원에 팔고 있다. 구제역 발생 직전인 지난해 11월 25일 7450원에서 소폭 오른 정도다. 삼겹살 100g은 1880원으로 비슷했다. 같은 대형마트인 이마트와 홈플러스도 육류 가격에 큰 변동은 없었다.

대형마트의 육류 가격이 변화가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구제역 발생 이전에 마련한 재고 물량을 지금도 팔고 있기 때문이다. 재고가 동나면 대량 살처분 영향으로 공급이 감소돼 육류를 사려는 장바구니 물가도 크게 오를 전망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설을 앞두고 가격이 오르겠지만 정확히 예측하기는 힘들다”며 “상승 폭은 구제역 확산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창욱 이용상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