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테러 피해 이집트 콥틱교회, “동방교회 성탄절인 1월 7일 대규모 시위”

입력 2011-01-03 18:10

연초 콥틱교회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이집트 정부와 이슬람 극단주의에 대한 성토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집트 콥틱교회들이 오는 7일 동방교회의 성탄절을 맞아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산드리아의 한인 A씨는 3일 전화 통화에서 “콥틱교인들은 인터넷과 전화로 연락을 취하고 있다”며 “성탄절인 7일 오후 4시를 기해 이집트 전역의 콥틱교회들이 대규모 시위에 나선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다. A씨는 콥틱 신자인 마이클(알렉산드리아공대3)의 말을 인용, “콥틱교회들은 이집트 정부나 이슬람 측으로부터 지속적인 차별을 받아 왔다”며 “이번 시위는 테러에 무능하게 대응한 정부를 성토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사고 발생 교회 주변의 모든 길은 경찰의 삼엄한 경계 속에서 2차 테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콥틱교회의 연초 비극은 이집트 내 복음주의 교회들에도 영향을 미쳤다. 수도 카이로에 있는 한 복음주의 교회 주일예배에서는 교회의 하나 됨을 강조하는 설교가 나왔다. 예배에 참석한 한인 B씨는 “설교자가 신앙과 성경이 하나임을 강조하면서 콥틱교회가 당했다는 것은 복음주의 교회가 당했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며 “기도를 맡은 한 성도는 울기도 했다”고 전했다.

콥틱교회와 복음주의 교회가 이번 일을 계기로 한마음이 됐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콥틱교회는 451년 칼케돈공의회에서 예수 그리스도에게 신성과 인성이 결합되어 있다는 ‘신인양성론’을 거부하면서 다른 기독교와 고립된 채 독자적인 문화와 교리를 이어왔다. 그런 콥틱교회가 개신교회의 위로를 받고 있는 것이다.

콥틱교회의 고난은 1300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비잔틴 시대 콘스탄티노플의 지배 속에서 분열을 거듭하던 콥틱교회는 642년 이슬람의 침공으로 개종과 학살 위협, 불공정한 세금 부과 등 사회경제적 차별 속에서 신앙생활을 이어왔다.

중동 전문가 주원씨는 “이집트는 시리아 레바논과 함께 중동에서 기독교회 활동이 가장 왕성한 곳”이라며 “중동지역 기독교 교두보인 이곳이 종교 때문에 갈등으로 치닫지 않도록 한국교회가 기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이번 폭탄테러와 관련해 성명을 발표하고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을 비롯한 이집트 정부와 교계 지도자들이 모든 종교의 기본적인 예배권을 보호하기 위한 신속하고도 담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WCC 울라프 트베이트 총무는 “이집트 정부의 조치는 이슬람, 기독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 대표들과의 협의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집트의 지도자들이 이 같은 폭력행위를 엄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상목 김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