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박, 입 열다… “북한 인권 위해 한국사회 나서야”
입력 2011-01-04 00:31
한국계 미국인 북한 인권 운동가인 로버트 박(29·한국명 박동훈) ‘자유와생명 2009’ 대표는 많이 야위고 초췌한 모습이었다. 아직 고문의 기억이 가시지 않은 듯 강단에 서 있는 내내 얼굴을 찡그렸다. 서툰 한국말이었지만 목소리엔 힘이 실려 있었다. 3일 오후 8시 서울 개봉동 열방샘교회의 북한선교 예배에 참석한 그는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을 간절히 호소했다.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우리가 움직여야 합니다. 갈급한 마음으로 행동하지 않으면 북한 주민들이 겪는 고통은 우리의 책임입니다. 우리가 움직이면 분명히 그들의 인권도 되찾을 수 있습니다.”
그는 말로만 북한 인권을 외치지 말고 직접 실천할 것을 강조했다. “3·1운동과 같이 사람이 직접 움직여야 정의가 이뤄질 수 있습니다. 총과 전쟁을 통해 남북이 하나 될 때까지 기다린다면 거기엔 진정한 화해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는 “홀로코스트 이후 인권법이 만들어지고 세계 인권선언이 만들어졌다”면서 “하지만 북한 땅에선 또 다시 그때의 일이 되풀이되고 있는데, 국제 정의를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침묵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북한에 들어간 이유에 대해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 통일운동이 벌어지는 환상을 보고 차분히 준비했다”며 “북한의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북한 정권에 부담을 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서 지난 1일 새벽 서울 평동 바위샘교회 송구영신 예배에서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한국 교회와 사회의 동참을 호소했다. 그는 “이제라도 한국 교회와 사회가 북한 인권을 위해 적극 나선다면 하나님은 북한의 변화를 위해 큰 역사를 일으키실 것”이라고 했다.
2008년 6월 미국의 한 교회에서 한국 선교사로 파송된 그는 2009년 12월 25일 북한 주민의 인권 회복을 위해 성경을 들고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넜다가 억류 43일 만에 풀려났다.
그는 “북한에서 치욕스러운 고문을 당해 수개월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 북한 정치범수용소가 폐쇄되고, 북한 동포가 자유롭게 되기 전까지 나오지 않으려 했는데…”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여전히 북한에서 겪은 일을 속 시원히 말하지 못했지만, 북한 인권을 말할 땐 목소리에 다시 힘이 실렸다. 그는 한국 사회가 북한(평양)을 지원해선 안 된다고도 했다. 북한 봉수교회에 대해선 선전을 위한 거짓 교회이라고 단언했다.
한편 그는 북한의 인권을 위해 오는 3월 1일 서울광장에서 ‘모든 북녘 동포를 위한 자유와 생명 집회’를 열 계획이다. 그는 “어떻게 하면 노예로 부릴지, 통제할지만 생각하는 김정일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한국 땅에 남아 북한 인권 관련 집회와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영대 이용상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