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무리 가축이라도 생매장이라니
입력 2011-01-03 17:42
구제역이 충남 보령에서 새로 발생하는 등 35일 만에 전국 6개 시·도로 확산되면서 소, 돼지 등 우제류 살처분 규모가 70만 마리에 육박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당국이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확산세가 도무지 꺾일 줄 모르는 참담한 상황이다.
당국의 노고야 이루 말할 수 없겠지만, 지금 같은 방식의 대응이 과연 옳은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정부는 지난달 23일 뒤늦게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그나마 소에 국한돼 있다. 돼지는 무조건 살처분, 그것도 산 채로 매장한다. 지금까지 살처분된 우제류의 90% 가량이 돼지다. 커다란 구덩이를 파고 비닐을 깐 후 돼지를 쏟아붓다 보니 지하수 오염과 이로 인한 2차 감염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급기야 경기도 파주에서는 피가 섞인 검붉은 침출수가 계곡으로 흘러나왔다. 이곳은 3000여 마리를 파묻은 곳으로, 돼지들이 몸부림치다가 비닐이 찢어져 오염물질이 새나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추정이다.
관계법령상 살처분은 안락사시킨 뒤 매장하도록 돼 있고 농식품부도 그 같은 규정을 하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소와 달리 돼지는 산 채로 묻고 있다. 인력과 비용의 문제가 있겠지만 그래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살처분은 지금도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이어질 텐데 보다 확실한 지침과 철저한 이행이 필요해 보인다.
구제역 같은 가축질병을 보다 효율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는 축산업과 축산환경의 개선이 중요한 과제지만 그에 앞서 예방백신의 선제적 접종이 이루어져야 한다.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은 어제 긴급 기자회견에서 백신 접종을 사실상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구제역 발생 초기부터 선제적 대응을 했더라면 이처럼 확산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아울러 돼지를 백신 접종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에 대한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비용보다는 무차별 살처분에 따른 환경오염이 추후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비록 동물이지만 대량으로 생매장하는 참혹한 행위를 지켜봐야 하는 축산농과 국민의 정신적 고통도 헤아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