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성구] 공공기관 청렴도 발표와 한전 사례
입력 2011-01-03 17:42
지난달 9일 국민권익위원회가 2010년 공공기관 청렴도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 기관은 역대 최대인 711개로 거의 모든 공공기관을 포괄하고 있으며, 종합청렴도가 10점 만점에 8.44를 기록했다. 직접 비교하기에 무리가 따르기는 하지만, 똑같이 공공부문 부패를 측정한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인식지수(CPI) 결과와 큰 차이를 보인다. 주지하듯 CPI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 5.4를 기록해 ‘사회의 전반적 투명성’ 기준인 7점대와는 거리가 멀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권익위 조사 결과와 CPI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전(KEPCO)의 사례는 나아갈 방향과 관련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전은 이번 발표에서 종합청렴도 9.44로 전체 공공기관 가운데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발전 자회사 모두 최우수 평가를 받았고, 부패방지 시책 평가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유사한 틀로 측정한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한전은 2002년과 2003년 연속 최하위를 차지한 바 있다. 지난해의 예외적인 하락을 제외하면 바닥으로부터 ‘안정적인 최상위’에 도달하기까지 한전이 기울인 조직적이고 시스템적인 반부패 노력은 다른 공공기관에서 본받을 만하다.
권익위 평가 모델에 대한 ‘대응’이나 감사실만의 노력으로 이러한 성과 달성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모든 공공기관이 향후 나아갈 발전 방향과 과제에 대해 몇 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현재 공공기관의 반부패 노력은 하향식으로 이뤄지는 수준이다. 권익위가 발표문에서 언급한 것처럼 기관장의 의지가 제일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며, 기관장 교체에 따라 청렴도가 들쑥날쑥한 경우도 많다. 밑으로부터의 자발적 참여와 이를 통한 청렴한 조직문화 형성은 ‘안정적 청렴도’를 위한 토대다. 기관의 수준에 따라 상향식 추진으로 방법론상의 질적 전환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둘째, 단순한 ‘반부패’가 아니라 ‘투명성(transparency)’과 ‘책임성(accountability)’의 추구로 나아가야 한다. ‘어떻게 기관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할 것인가’라는 목표 전환이 필요하다. 셋째, 외부 부패통제 시스템의 적극 도입이다.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 신뢰가 낮은 조건에서 시민사회의 참여에 의한 독립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의 실질적 도입은 특히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권익위의 생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권익위 의도와는 별개로 현재 권익위 평가는 일선 현장에서 ‘결과적인 줄 세우기’를 야기하는 폐해가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공공기관의 행정(사업) 영역이나 규모, 보유 자원 규모 등 여러 측면에서 차이가 큼에도 불구하고 이를 동일한 틀로 비교 평가하는 것은 무리다. 권익위는 공공기관의 반부패 노력을 지지하고 지원하는 ‘도우미’가 돼야 한다. 개별 기관과 권익위의 이러한 노력이 결합해 진정한 모범을 창출하고 안정적 토대를 구축하며 국민 신뢰와 사랑을 받는 공공기관이 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강성구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