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부터 분주한 대화행보… 한반도에 ‘話風’
입력 2011-01-03 18:10
한·미·일·중 적극적 의견 조율
새해 벽두부터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가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와 연평도 포격도발 이후 초긴장 상태에 빠졌던 한반도에서 연초부터 주변국 간 대화 분위기가 싹트면서 6자회담 재개 여건도 성숙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새해 외교 행보=새해 들어서자마자 먼저 미국과 중국이 서둘러 외교행보에 나섰다. 2일 미 국무부에 따르면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3일부터 7일까지 한국, 중국, 일본을 순방한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도 곧바로 뒤를 이어 9일부터 14일까지 역시 한·중·일 3개국을 방문한다.
미국 외교안보팀의 이번 순방은 오는 19일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이슈를 현장 점검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격침사태와 연평도 포격도발 등을 놓고 뚜렷한 입장 차를 보여온 중국과 정상회담 이전에 사전 정지작업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3∼7일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새해 들어 관련국들의 외교정책을 재확인, 6자회담 재개 가능성 등을 적극 타진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이는 미국이 지난 연말부터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한 모두 대화분위기가 싹트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연말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을 언급한 데 이어 신년 특별연설에서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북한도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남북 간 대결 해소를 강조하고 나섰다.
따라서 여건이 조금만 성숙되면 대화분위기로 급진전되면서 6자회담의 조기 재개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보즈워스 특별대표 순방에 미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성 김 특사가 동행한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외무상이 오는 14∼15일쯤 한국을 방문하는 것도 한·미·일의 대북정책과 6자회담 재개 문제 등을 조율하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미·중 정상회담이 고비=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9일 미국을 방문,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양국 정상은 환율문제와 국제경제 등 많은 부분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이지만 특히 한반도 문제가 핵심 이슈로 다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양 정상이 어떤 합의를 이끌어내느냐가 향후 한반도 정세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새해 들어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행보가 급박하게 이어지는 것도 양국 간 정상회담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북한을 비롯해 한반도 주변국의 의중을 사전에 파악해야만 향후 6자회담 등 대화 프로세스를 진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양국 정상회담이 6자회담 재개 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양국 정상회담이 이뤄져도 한반도를 둘러싼 기존 냉전 분위기가 급격히 완화되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이나 우라늄 농축 등에 대해 미·중 양국이 본질적으로 의견을 달리하고 있는 데다 양국 간 환율 등 다른 갈등부분까지 불거질 경우 오히려 상황이 훨씬 더 복잡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베이징=오종석 특파원 js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