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남한 통일부가 외교부에 남북관계 운전석 빼앗겼다고 투덜”

입력 2011-01-04 00:35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남북관계에서 통일부가 밀려나고 북한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교통상부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내용은 재미 언론인 안치용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시크릿 오브 코리아’가 자체 입수, 공개한 위키리크스의 주한 미국 대사관발 외교전문을 통해 소개됐다. 2009년 8월 28일자 전문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8월 17일 북한을 방문하고 온 지 8일 만인 8월 25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와 조찬을 함께하면서 전한 김 위원장의 발언을 토대로 작성됐다.

전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전 정부 시절 북한을 잘 아는 남한 당국자들이 중용되지 않는 점과 남한 대기업들이 개성공단에 투자하지 않는 점에 대해 현 회장에게 불만을 피력했다. 이어 한국 통일부가 ‘북한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교부에 운전석을 빼앗겼다’며 투덜거렸다.

김 위원장이 일본과의 관계가 과거 어느 때보다 나쁘다고 말하고, 중국에 대해선 ‘신뢰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던 것도 전문에 나타났다. 또 미국인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아리랑’에서 미사일 발사를 형상화한 대목을 뺐으며, 남한 사람들을 고려해 ‘아리랑’에서 군인 대신 학생을 더 많이 참여시킨 것도 알려졌다.

현 회장은 스티븐스 대사에게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없음을 개탄하면서 북한보다 남한에 장애물이 많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문에 적시됐다. 이에 대해 현대그룹은 현 회장은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과 김 위원장이 ‘중국을 믿지 못한다’고 했다는 내용 등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통역상 오류로 진의가 잘못 전달된 것 같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