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진 항공우주연구원장 “나로호 2차 발사 실패 원인 1월 말 최종 결론”
입력 2011-01-03 17:40
‘유지경성(有志竟成):이루고자 하면 반드시 성공한다.’
우리나라 우주개발의 최선봉에 선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주진 원장이 새해에 제시한 한자성어다. 지난달 30일 대전 항우연에서 만난 이 원장은 “독자적인 힘으로 하늘과 우주를 누비는 항공우주 강국이 되는 것이 우리의 큰 목표”라면서 “당장 눈앞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좀 더 멀리 내다보며 하나씩 차근차근 목표를 이뤄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항우연은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Ⅰ)의 2차 발사에 실패함으로써 국민적 실망을 안겨줬다. 하지만 우리 기술로 개발한 최초의 정지궤도 복합위성 ‘천리안’ 발사, ‘스마트 무인기’(수직 이착륙 비행기)의 지상통합시험 성공 등 적지 않은 성과도 있었다. 그래서 이 원장은 “2010년은 아쉬움, 기쁨, 보람이 교차된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중반엔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5호, 연말엔 과학기술위성 3호와 나로호 3차 발사, 그리고 2020년 발사 예정인 한국형 발사체(KSLV-Ⅱ) 개발 작업이 착착 진행될 것”이라면서 국민의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을 요청했다. 이 원장에게서 2011년 진행될 굵직한 우주개발 로드맵에 대해 들어봤다.
◇“나로호 실패 원인, 이달 말 4차 한·러 FRB서 결론 날 것”=한국과 러시아는 지난해 6월 10일 나로호 2차 발사 실패 직후 총 3차례 공동조사위원회(FRB) 회의를 열고 실패 원인 규명 작업을 진행 중이다. 양측은 나로호로부터 확보된 비행 데이터를 분석, 발생 가능한 기술적 결함에 대한 협의를 거듭하고 있다. 이 원장은 “지금까지 진행된 종합적 원인 분석과 그에 따른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 이달 말 러시아서 열리는 4차 FRB 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원장은 “3차 발사 준비는 2차 발사 실패 원인 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 조치 및 이에 대한 기술적 검증이 선행된 후에야 착수 가능하다”면서 “현 단계에서 발사 시점을 확정해 말하기 어렵다. 한·러 양측은 발사 시점보다 발사 성공에 초점을 두고 실무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우연은 올해 연말쯤 3차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일정상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항우연에는 현재 1차 발사 준비를 하면서 제작한 나로호 상단 3기 중 마지막 1기가 보관돼 있다. 하지만 탑재될 위성의 경우 기존 위성을 수정·보완해 우주과학실험을 하는 탑재체를 추가할 예정인데, 여기에 10개월여가 소요된다. 게다가 러시아가 제공할 1단 발사체 제작과 국내 반입 시기 등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올해를 넘길 수도 있다. 이 원장은 올해 말 발사가 어렵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나로호 발사 운용 기온 조건은 -10도∼35도로 겨울철에도 쏘아 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6∼7월 아리랑 5호, 연말 과학기술위성 3호 발사”=오는 6∼7월에는 아리랑 5호가 러시아 야스니 발사장에서 드네프로 발사체에 실려 쏘아올려진다. 흐린 날이나 우천 시는 물론 야간에도 영상 촬영이 가능한 국내 최초의 전천후 영상 레이더 지구관측위성이다.
아리랑 5호는 영상 레이더(SAR) 안테나 장착 등 조립이 완료됐으며 전자파 및 궤도 환경 시험을 마치고 이달까지 발사 환경 시험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오는 3월까지 운송 전 최종 점검 시험을 끝내고 4∼5월쯤 위성을 러시아 발사장으로 이송한다”고 말했다.
연말쯤에는 과학기술위성 3호 발사가 예정돼 있다. 역시 러시아 야스니 발사장에서 드네프로 발사체에 실려 발사된다. 지구 및 우주 관측용 적외선 카메라, 해안·수자원 오염 관측이 가능한 소형 영상 분광기를 장착한 과학기술위성 3호는 현재 위성체 제작을 완료하고 조립 및 시험을 수행 중이다. 이 원장은 “과학기술위성의 경우 다른 위성들(5∼6개 예상)과 함께 쏘아올려지는 ‘클러스터 발사(Cluster Launch)’ 형태여서 동승 위성 확정 여부에 따라 2012년 발사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천리안, 4월 기상·해양 영상 서비스…국내외 재난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지난해 6월 발사된 통신·기상·해양 복합위성인 ‘천리안’은 당초 지난 연말까지 시험 운용을 마치고 이달 초부터 모든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1개월 정도 지연됐다. 항우연이 자체 개발한 검·보정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여 영상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개선하는 궤도상 시험의 연장이 불가피해졌다는 게 항우연 측의 입장이다. 이 원장은 “하지만 현재 천리안은 정상 작동하고 있으며 각 탑재체별 주관 부서(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상청 기상위성센터,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위성센터)의 현업 적용 시험을 거친 뒤 통신은 당장 이달부터, 기상 및 해양 관측 영상은 4월부터 서비스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항우연은 천리안 위성 서비스가 본격화되고 아리랑 5호 발사에 성공하면 이미 운영 중인 ‘아리랑 2호’와 연계해 위성 영상 활용을 더욱 활성화할 예정이다. 이 원장은 “위성 정보의 통합, 보급 체계를 구축해 범부처 간 ‘국가 재난 모니터링시스템’ 구축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이달 중 유엔 산하 ‘국제재난헌장’에 가입, 서명함으로써 세계 재난 발생 지역에 우리의 위성 영상을 제공하고 받을 수 있는 지위도 부여받게 된다. 이 원장은 “기후변화 및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재해 발생과 피해가 점차 증가하는 시점에 우주 자원을 효율적으로 지원하는 국제협력체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항우연은 이외에도 올해 수직 이착륙 비행기의 회전익 비행시험, 한국형 발사체의 시스템 설계, 2015년 발사 예정인 아리랑 6호 및 2018년 발사 목표의 기상·해양·환경 복합위성 개발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대전=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