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위대한 2인자 드보라
입력 2011-01-03 18:04
사사기 5장 6~11절
인간의 권력지향성은 역사 속에서 1인자만을 기억하게 만들었습니다. 오죽하면 ‘뱀의 머리가 될지언정 용의 꼬리는 되지 말라’고 했을까요. 그러다보니 서로 1인자가 되려고 처절한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남들이 우러러보는 자리에 서려 하지만 주변을 배려하거나 돕는 일에는 인색합니다. 그러나 역사를 되돌아보면 세상을 바꾼 이들은 ‘슈퍼맨’이 아니고 제자리에서 자기 색깔을 갖고 살았던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동서고금을 따져보면 스스로를 낮춰 1인자에 못지않은 반열에 오른 2인자가 적지 않습니다. 좋은 예가 저우언라이(周恩來)와 왕건입니다. 저우언라이는 마오쩌둥(毛澤東)의 지도자 자질을 간파한 뒤 한 걸음 뒤에 서서 치열한 권력 암투 속에서 1인자와 완벽하게 공생했고 백성들에게 끝없는 존경을 받았던 사람입니다. 왕건도 폭정을 일삼던 궁예 밑에서 2인자로서 엄정함을 잃지 않음으로써 후에 왕으로 추대돼 고려를 건국했습니다.
본문에 소개된 드보라도 2인자로서 20년 동안 압제받던 국가를 건져낸 민족의 영웅입니다. 그녀는 암울하던 민족의 장래 앞에서 축 처진 백성들을 격려하고 바락을 지도자로 세워 민족을 가나안의 압제에서 구출했던 하나님의 사람이었습니다.
드보라는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했던 사람입니다. 그녀는 현재의 상황에서 건강한 자아, 곧 자신의 위상을 찾은 사람입니다. 또 ‘여호와의 렌즈’로 현재 암울한 환경을 인정하고 새로운 미래를 바라보면서 자신과 이스라엘의 관계를 깨달았던 사람입니다. 그녀는 언약의 하나님을 믿고 당시 민족의 환경을 수용하면서 그분의 뜻을 찾았습니다.
그녀는 사람을 세우는 지도자였습니다. 위대한 2인자는 이웃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낮출 줄 아는 용기를 가진 자입니다. 드보라는 하나님의 주재권(Lordship)을 믿었기 때문에 섬김의 리더십으로 바락과 백성을 섬길 수 있었던 것입니다. 특히 그녀는 자신을 찾아온 백성들을 격려하고 위로하면서 하나님의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이처럼 지도자는 약점을 꾸짖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여호와의 큰일을 보도록 인도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도 그녀와 같이 사람을 세우는 지도자가 필요합니다. 비판하기보다 칭찬하고 격려하고 일으켜 세우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2인자인 드보라는 사무엘이나 바나바처럼 1인자를 키워냈던 사람입니다. 그들은 이스라엘 왕국을 위해 다윗을 세웠고 또 바울을 찾아내 초대교회 지도자로 세웠습니다. 그들은 ‘킹 메이커(King maker)’ 곧 지도자를 세운 사람들입니다. 드보라도 바락을 세워 제 역할을 하도록 도와 1인자로 키워냈습니다. 위대한 2인자는 하나님의 주재권을 아는 자입니다. 그녀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자원하고 군사들이 헌신한 것은 그들의 행적이라기보다는 여호와께서 그들을 이끌어내셨고 앞장서서 싸우신 결과라고 노래합니다(5:2∼3).
모두 2등이 없는 1등만 되려고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주변을 배려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지금은 ‘한 사람의 영웅’을 위해 묵묵히 뒤에서 이름도 없이 뛰는 위대한 2인자인 드보라 같은 인물이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여러분도 하나님을 경외하며 주변을 섬기는 성숙한 성도가 되시길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김의원 목사(백석대 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