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 작아진 병 앓는 김온유씨의 병실 24시간 지켜라… 2년간 1500여명 ‘릴레이 자원봉사’

입력 2011-01-02 22:17


2일 오후 창밖으로 눈 덮인 아파트 옥상과 야산이 보이는 서울 강남의 한 병원 18층 병실에서는 웃음꽃이 피어나고 있었다. 이곳은 2008년 ‘갈비뼈가 사라진 소녀’로 알려진 김온유(23·여)씨의 병실이다.

김씨는 자원봉사자 네 명과 함께 있었다. 기계식 산소호흡기가 불어 넣어주는 산소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폐가 작아진 병을 앓고 있는 김씨는 2008년 9월부터 손으로 산소를 공급하는 ‘앰브’라는 장치로 호흡하고 있다. 수동으로 산소를 주입해야 하기 때문에 앰브를 눌러주는 누군가가 늘 김씨 곁을 지켜야 한다.

자원봉사자들은 2∼4명으로 한 조를 이뤄 4교대로 24시간 김씨를 지킨다.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길은 간단하다. 인터넷 카페 ‘온유의 주님 사랑’에 마련된 시간표에 봉사 가능한 시간을 입력하고 시간에 맞춰 병실을 방문하면 된다. 지난 2년간 자원봉사자 1500여명이 김씨의 병실을 다녀갔다. 그 기록은 네 권의 방명록에 고스란히 담겼다.

자원봉사자들은 김씨의 활달한 모습에 오히려 힘을 얻고 돌아간다고 입을 모은다. 자원봉사자 김한나(24·여)씨는 “온유에게는 무슨 이야기든 다 할 수 있다”며 “자원봉사자들이 저마다 취업과 연애 등 자기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와 온유에게 털어 놓고 위로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김씨의 투병생활을 담은 ‘릴레이 온유’라는 동영상을 만들어 한국기독교방송문화원(KCMC)이 주최한 제6회 기독교영상대전(CVF)에서 대상을 받았다.

2008년 11월 앰브 봉사가 필요하다는 명성교회 광고를 보고 봉사를 시작했다는 지동현(25)씨는 “온유는 처음 본 자원봉사자들에게도 먼저 말을 걸고 농담을 할 만큼 쾌활하고 활달하다”며 “온유를 볼 때마다 심술부리고 짜증도 많이 내는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씨는 “온유의 밝은 모습 때문에 병실에서 처음 만난 자원봉사자들도 봉사 시간이 끝날 때가 되면 다 친구가 돼 돌아간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아버지 김준영(52)씨는 “봉사자들이 이름도 빛도 없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며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