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냄비 42억 ‘훌쩍’… 세밑 추위 온정으로 달군 릴레이 이웃사랑
입력 2011-01-02 19:17
10원짜리 동전을 쏟았더니 3300원. 그것을 조심스레 구세군 자선냄비에 넣었다. 짤그랑거리며 냄비에 동전이 쏟아지는 순간, 할머니는 참고 있던 눈물을 흘렸다.
“동생의 유품을 정리하는데 차곡차곡 쌓아놓은 동전을 발견했어요. 동생의 이름으로 좋은 일을 하고 싶어 거리로 나갔는데, 자선냄비를 찾지 못해 이렇게….”
할머니는 물어물어 서울 충정로의 구세군대한본영 본부을 찾았고, 지난달 29일 본부에 놓인 자선냄비에 동생의 손때가 묻은 사랑의 동전들을 기부했다.
지난달 1일부터 전국 76개 지역에 300여개의 모금함을 설치하고 거리모금을 실시해온 구세군 자선냄비가 지난달 31일로 마무리됐다. 결과는 2010년 자선냄비 역시 펄펄 끓었다. 42억원 목표를 무난히 달성했다. 구세군에 따르면, 최종 집계는 되지 않았지만 31일 오후 3시 현재 약 33억원의 현금 기부와 9억여원의 현물 기부로 42억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구세군대한본영 박만희 사령관은 “2009년에 비해 현금 기부는 감소했으나 현물 기부의 확대로 더 많은 소외이웃에게 사랑을 펼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박 사령관은 “지난해 일부 모금단체의 비리, 연평도 사건, 구제역, 강추위 등으로 모금액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국민들이 사랑의 마음을 모아줬다”고 감사인사를 건넸다.
10원짜리 동전들처럼 지난해 자선냄비에는 유난히 사연들이 이어졌다. 서울 잠실동 롯데월드 자선냄비에선 아기 돌반지와 엄마의 글인 듯 보이는 편지가 함께 들어 있었다. ‘천국에 있는 예쁜 천사’로 시작되는 편지에는 “너의 해맑고 예쁜 미소와 윙크하는 모습들을 생각하면서 천국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훨훨 날아라”라고 써 있었다. 수원역에선 4500만원권 수표와 7년째 1000만원을 기부한 날개 없는 천사도 있었다.
이밖에 주영훈 이윤미씨 부부, 가수 서유석 선우씨, 팝페라 가수 이사벨씨, 하모니카 연주자 전재덕씨 등이 재능을 기부하며 자선냄비 모금에 활력을 더했다. 구세군은 6일 자선냄비 최종 모금 결과를 발표하고 오는 11월까지 이웃사랑을 실천한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