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은 갈수록 치솟는데… 값 싸다는 무폴·셀프 주유소는 어디에?
입력 2011-01-02 22:11
“무폴 주유소, 셀프 주유소가 싸다는데 도대체 찾을 수가 없네.”
기름값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일반 주유소보다 가격이 싼 무폴 주유소(어떤 정유사의 상표도 게시하지 않은 자체 브랜드 주유소)와 셀프 주유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 주유소 숫자가 너무 적어 싼 주유소를 찾는 소비자들에게 전혀 도움이 못 된다는 비판이 많다.
무폴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가격 평균은 1776.44원(1일 기준)이다. 가장 비싼 SK에너지 주유소 평균 휘발유값 1823.80원과 50원 가까이 차이난다.
경유 가격은 1567.30원으로 GS칼텍스 주유소의 평균 경유 가격 1620.96원보다 50원 이상 싸다. 지난해 7월부터 11월까지 월별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 분석결과에서도 무폴 주유소가 상표폴 주유소보다 ℓ당 20∼37원 저렴했다.
무폴 주유소가 가격이 싼 이유는 정유업체 단가를 비교한 뒤 싼 곳에서 기름을 들여오고 부정기적으로 시장에 나오는 재고물량도 싸게 사오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연구용역 결과 무폴 주유소가 1곳 있으면 주변 1㎞ 반경 내에 있는 경쟁 주유소의 가격을 ℓ당 22원 정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무폴 주유소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 서울 시내엔 무폴 주유소가 22곳뿐이며 전국적으로도 주유소 전체의 4.3%인 563곳에 불과하다. 무폴 주유소로 운영하면 정유사들의 지원을 포기해야 하는데다 정유업체끼리 담합하면 불이익을 볼 수도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도 있어서다. 일부 무폴 주유소가 자체적으로 제조한 불법 휘발유를 팔다가 적발돼 다른 무폴 주유소의 이미지까지 실추시키는 점도 무폴 주유소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셀프 주유소 역시 잘 볼 수 없다. 서울에 셀프 주유소는 36곳뿐이다. 전국에 330곳 정도 있지만 번화가보다는 인적이 드문 곳에 주로 설치돼 있다. 이는 셀프 주유기 가격이 2000만원선으로 600만원대인 일반 주유기보다 3배 이상 비싼 탓에 업체들이 셀프주유소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기계도 비싸지만 셀프 주유가 정착될 때까지 기기 사용법을 안내해줄 직원도 필요해 도입 초반부엔 인건비 절감효과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정책적으로 무폴 주유소와 셀프 주유소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업체들이 무폴 주유소에 불이익을 주는 것이 없는지, 불법 휘발유를 판매하는 무폴 주유소들은 없는지 등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면서 “셀프 주유기 설치비용 지원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두바이유 현물 국제가격은 배럴당 78.12달러로 2009년 평균가격인 61.92달러보다 16.2달러 높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국제유가 상승세에 따라 지난해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크게 올랐다. 지난해 전국 주유소 보통휘발유의 평균 판매 가격 잠정치는 ℓ당 1709.81원으로 2009년 1600.73원보다 100원 이상 올랐다. 보통휘발유의 연간 평균 가격이 1700원대를 넘은 것도 사상 처음이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