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에게 사랑을 이어주세요] ⑥제주 서부종합사회복지관 ‘다문화 어울림 배움터’
입력 2011-01-02 22:04
기자로 뛰는 삼다도 이주여성들 “우리동네 특종 보도하니 신나요”
“읽어보세요. 무척 재미있습니다.”
2일 제주시 한림읍 서부종합사회복지관에서 만난 베트남 이주여성 김지민(베트남명 응웬띠김한·38·제주시 한경면)씨는 기자에게 신문 한 부를 건넸다. ‘한국말도 서툰 이주여성이 웬 신문’일까,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받아들었다. 신문 이름은 ‘다문화 신문사-모다들엉(모여들어의 제주 사투리)’. 이주여성들이 직접 기자가 돼 취재한 아기자기한 기사들로 채워져 있다. 지난해부터 발간하기 시작한 신문이 벌써 8호나 된다.
이주여성들이 신문까지 제작할 정도로 제주 사회에 뛰어난 적응력을 갖게 된 데는 서부종합사회복지관의 ‘다문화 어울림 배움터’ 프로그램이 큰 역할을 했다. 이 프로그램은 다문화가족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으로 2006년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놀이 중심, 모임 중심으로 진행해 이주여성끼리 친해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이후에는 이주여성뿐 아니라 가족과 지역주민도 적극 참여하면서 스스로 프로그램을 운영해 가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주여성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기획하면서 의견을 내놓아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가게 된 것이다.
정착 초기 주위로부터 도움을 받았던 김씨는 요즘 지역주민을 위한 봉사에 열심이다. 김씨는 지역 경로당을 찾아 민속공연을 하는가 하면 가요 부르기, 점심식사 대접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씨는 “감귤농사를 짓고 있다”며 “다문화 어울림 배움터를 통해 후배 이주여성들이 취업과 교육 등 다양한 혜택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어울림 배움터에 참여하는 결혼 이주여성은 80여명. 어울림 배움터는 이들에게 한국어와 노래 등을 가르친다. 자녀들을 위한 엄마 나라 알기 모임도 진행한다. 다문화 신문 발행도 어울림 배움터의 주요 사업이다. 신문기자가 된 이주여성들은 한 달 전부터 아이디어 회의를 열고 부지런히 발품을 팔면서 동네를 취재해 신문에 소개한다.
서부종합사회복지관 문은정 과장은 “처음에는 말도 제대로 못하던 이주여성들이 어린이집이나 새마을부녀회 등을 찾아 자기 나라의 문화를 알리는 강의를 하는 것을 보면 뿌듯해진다”며 “지역사회에 다문화 가정이 튼튼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더 힘쓰겠다”고 말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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