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보도채널 사업자 선정] 방송가 광고전쟁으로 ‘싸구려 막장프로’ 넘쳐날 듯
입력 2011-01-02 23:01
<2> 종편 다채널시대 빛과 그림자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4개의 종합편성채널과 1개의 보도전문채널이 전파를 타게 됨에 따라 미디어 시장에 지각변동을 몰고 올 전망이다. 채널 증가는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해석도 있지만 생존을 위한 채널 간 무한경쟁으로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하반기 종편이 출범하면 지금과는 다른 방송 환경이 예상된다. 방송사 메인 뉴스는 KBS와 MBC(평일 기준)가 오후 9시, SBS는 한 시간 빠른 오후 8시다. 중앙미디어네트워크의 jTBC는 오후 10시에 메인 뉴스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매일경제신문의 MBS는 오후 7시45분에 메인 뉴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아침 첫 뉴스도 기존 지상파가 오전 6시 시작하는 데 반해 동아일보의 채널A는 오전 5시에 뉴스를 한다는 방침이다. 시청자 입장에선 원하는 시간에 뉴스를 골라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뉴스 시간뿐만 아니라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 등이 다양한 형태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종편 입장에서는 기존 지상파를 답습해서는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방송가는 콘텐츠 증가에 따른 ‘특수’에 벌써부터 들떠 있다. 연예인, 외주 제작사 등 방송 종사자들은 몸값 상승에 대한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다. 한 방송사 본부장은 “종편이 4개나 허가를 받으면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느라 물량 공세를 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종편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연예인의 몸값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존 지상파들은 인력 지키기에 비상이 걸렸다.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제일 중요한 게 인력 확보”라면서 “스타 작가, 연출자를 확실히 붙잡아야 하고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양적 증대가 질적 향상을 보장하진 않는다. 과도한 경쟁 때문에 함량 미달의 콘텐츠가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방송사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은 광고다. 광고단가와 수량은 시청률이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된다. 한정된 광고 시장에서 승자가 되려면 남의 몫을 가지고 와야 하는 셈이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손가락질하면서도 눈을 떼지 못하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범람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한진만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수익이 나야 콘텐츠를 만들고 외부에서 제작한 것도 살 수 있을 텐데 종편 사업자가 너무 많아 이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양질의 콘텐츠가 나오지 않을 것이고, 콘텐츠를 사는 것도 싸구려밖에 살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쟁력 있는 자체 프로그램을 제작할 자본과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에서 종편들이 손쉽게 시청률을 올리려고 미국·일본 등 해외의 선정적인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 등을 대거 편성할 가능성이 크다.
이상길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는 “열악한 환경 가운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더욱 선정적으로 콘텐츠를 만들 것이고 방송의 공공성이나 공적 책무는 뒤로 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편 사업자들이 보수 색채가 강한 신문이어서 여론의 다양성에도 기여하지 못할 것이란 지적도 있다. 뉴스 시간이 분산되더라도 내용은 ‘그 밥에 그 나물’이 될 것이라는 우려다. 유홍식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영향력 있는 신문들이 방송까지 하게 되면 여론 독과점이 심해질 것”이라며 “여론 집중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이는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문과 달리 방송은 5년마다 정부의 재허가를 받아야 한다. 누가 정권을 잡느냐가 재허가 여부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지금의 야당이 정권을 잡으면 보수 성향의 종편 사업자들은 재허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종편 사업자는 생존을 위해, 여당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서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종편 사업자들은 선정 발표가 나오자마자 황금채널(케이블TV에서 낮은 번호) 배정, 광고규제 우선 완화 등 종편에 대한 지원책을 한목소리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시민단체와 야권은 정부와 종편 사업자들이 이 같은 이해관계를 고리로 더욱 유착될 것이라며 경계하고 있다.
김준엽 이선희 기자 snoopy@kmib.co.kr
글 싣는 순서
<1> 무한경쟁 돌입한 미디어시장
<2> 종편 다채널시대 빛과 그림자
<3> 공정한 게임의 법칙 세워야
미디어 시장 대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