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 앞둔 與-野 찬바람 쌩쌩

입력 2011-01-02 18:39

새해 벽두부터 정국 주도권놓고 격돌 예고

여야 지도부는 2일 신묘년 새해를 맞아 저마다 ‘정권 재창출’과 ‘정권 교체’의 각오를 다지며 분주히 움직였다. 여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로 냉각기를 맞고 있는 여야는 새해 벽두부터 감사원장과 장관 인사청문회 등을 놓고 치열한 장외 신경전을 펼쳤다.

◇분주한 여야 지도부=지난해 잇단 실언으로 위기에 몰렸던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민생·화합 행보를 시작했다. 안 대표는 지역구인 경기도 의왕·과천 내 소외계층 시설을 찾아 관계자들을 격려했다. 안 대표는 5일 이희호 여사를 예방하고 불교계 등 종교계 지도자도 잇따라 만날 예정이다. 안 대표는 앞서 1일 열린 당 신년 인사회에서 정권 재창출의 기틀 마련을 강조하며 당의 화합과 단결을 당부했다.

예산 파동 이후 장외투쟁을 이어가며 당내 기반을 다져온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신년 단배식에서 “내년 총선과 대선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룰 것”이라며 수권정당으로의 도약을 다짐했다. 단배식 후에는 봉하마을로 내려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참배했다. 이어 2일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갔다. 손 대표는 “이 땅의 민주주의가 꽃피우도록, 의회민주주의가 살아나도록, 민주세력이 하나가 되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나는 요즘도 많은 국민들을 만나는데 야당에 대한 비판도 많다”면서 “여당도 잘해야 하지만 야당도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의 상도동 방문을 놓고 중도·보수층으로 외연을 넓히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야 원내 격돌 예고=여야는 ‘12·31 개각’에 따른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정국 주도권을 넣고 한판 힘겨루기를 벌일 예상이다. 정부가 5일쯤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면 여야는 청문회 일정을 잡을 예정이지만, 이번 청문회가 장외투쟁에 이은 원내 복귀전인 민주당은 공세의 고삐를 단단히 조일 것으로 보인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을 위한 개각이 아니고 대통령 자신을 위한 회전문 인사이기 때문에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며 “(내정자들이) 자질 면에서 큰 문제가 있기 때문에 현미경처럼 검증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정동기 감사원장 내정자 청문회에서 민간인 사찰 파문과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로비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겠다는 방침이다. 청문특위위원에는 ‘김태호 낙마’의 주역인 법사위 소속 박영선 의원, 전병헌 정책위의장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흠집내기식 정치공세에는 강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병역문제의 경우 감사원장(공군 법무관), 문화부 장관(해병대), 지경부 장관(육군 중위 전역) 내정자 모두 하자가 없을 뿐더러 도덕성에서도 결격 사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인사에 대해서는 잘잘못을 평하는 것보다 결과를 놓고 말해야 한다”면서 “대통령이 하겠다는 것인데 지켜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국의 또 다른 뇌관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다. 정부가 1월 말 국회에 비준안을 제출하면 2월 임시국회에서 갈등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야당이 전면 폐기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 내부에서도 여당 강행 처리엔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