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경쟁 포인트] (2) 여당 잠룡들, 빈틈 찾으며 한방 노린다

입력 2011-01-02 21:48


“굳히기냐-뒤집기냐 올해가 분수령”… ‘1强 多弱’ 잰걸음

승부를 걸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여야 잠룡들에겐 이명박 정부 4년차인 올해가 어느 해보다 중요하다. 2011년 성적표가 내년 대선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구도는 1강 다약. 앞선 자는 굳히기를 위해, 뒤처진 자는 뒤집기를 위해 신년 벽두부터 숨 막히는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를 먼발치서 쫓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의 고민은 깊다. 현재의 구도가 연말까지 계속되면 사실상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박 전 대표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먼저 대권 도전을 선언하고 레이스에 나섰다간 집중 견제를 받을 게 뻔하다.

따라서 이들은 ‘오버페이스’는 하지 않되, 일찌감치 대권행보에 나선 박 전 대표와 차별화에 주력한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 이들은 박 전 대표가 공론화한 복지 이슈와 현안인 안보 문제에 대해 기회 있을 때마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오 시장은 “전면 무상급식은 재정을 고려하지 않고 표와 인기를 노린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고, 김 지사도 안보이슈와 관련, “북한이 먼저 도발하면 끝장을 봐야 한다”며 대북 강경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오 시장은 2일 남태령에 위치한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특공장병과의 구보, 중증 장애아동 시설 방문으로 실질적인 새해업무에 나섰다. 김 지사는 3일 무료 배식봉사를 시작으로 한 민생·복지 현장 방문 등 빡빡한 일정을 잡아놓은 상태다.

정 전 대표는 최근 지도층 자제의 전방 군복무 등을 주장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입각한 사회지도층의 책임감을 언급하면서 차별화에 나섰다.

이재오 특임장관을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 내 친이계 세력은 올해 초 개헌 논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대권 경쟁에 뛰어들 전망이다.

이 장관은 지난 31일 한 방송에 출연, “내년 1월부터 개헌을 공론화해 야당과도 의견을 나누고 여당 안에서도 토론을 하겠다”고 밝혔다. 개헌에 미온적인 친박근혜계를 설득하기 위해 “박 전 대표에게 개헌의 내용을 설명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충분히 얘기를 하겠다”고 했다.

이 장관 측은 일단 개헌 논의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김해진 특임차관은 2일 “개헌은 지난 정권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가 합의해 국민에게 약속한 것”이라며 “차기 대권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것과는 관계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친이계 내부는 개헌 논의에 따른 정치적 이해득실 계산에 분주하다. 한 친이계 의원은 “이 장관이 개헌 논의를 주도하면 박 전 대표가 독주하고 있는 당내 차기 대권구도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범 친이계로 잠재적 대권후보로 분류되는 홍준표·정두언 최고위원도 개헌 이슈가 점화되면 각자의 목소리를 내며 논의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야권과 여권 내 친박계가 개헌에 부정적이어서, 개헌 논의가 실제 대선 국면에까지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한장희 노용택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