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남북관계 어디로] 北 “주민생활 개선돼야 후계 안착·강성대국” 조바심

입력 2011-01-02 21:41


신년사설 경공업 강조 배경은

북한이 2011년 신년 공동사설을 통해 경공업 발전과 인민생활 향상을 최우선 해결과제로 내걸었다. 먹고 쓰고 입는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는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은 물론 김정은 후계체제에 대한 주민 지지도 어렵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공동사설에서 올해를 경공업의 해로 못 박았다. 경공업 공장 정상화 및 과학화, 원자재의 국산화 등 구체적 추진방안도 제시했다. 경공업이라는 단어는 2009년 공동사설에는 1회 등장했으나 지난해에는 9회, 올해는 제목을 포함해 21회나 등장했다. 선군 정치란 단어가 같은 기간 32회, 15회, 14회로 줄어든 것과 비교된다.

북한이 공동사설에서 남북대화 및 협력, 대결상태 해소 등을 강조한 배경도 경공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발전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일 “북한이 경공업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변국과의 긴장완화가 필요할 것”이라며 “올해 북한의 최대 화두는 경공업”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다른 산업분야도 경공업 또는 인민생활 향상과 연계시키고 있다. “석탄이 꽝꽝 나와야 비료와 섬유도 쏟아지고, 전기와 강재(강철)도 나온다” “경공업 혁명은 곧 화학 혁명이다”는 등의 공동사설 구절이 그 예다.

북한이 이처럼 ‘경공업의, 경공업에 의한, 경공업을 위한’ 정책을 강조하고 나선 데는 가시적 경제개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정부 당국자는 “단기적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인상이 강하다”며 “김정은 후계체제 조기정착과 강성대국 건설 모두 일반 주민들의 생활수준 향상 없이는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농업분야가 지난해와 달리 ‘주공전선’에서 제외되는 등 우선순위가 밀리고, 북·중 경협에 대한 직접 언급이 빠진 것도 단기적 성과주의를 반영한 결과로 해석된다. 사실상 북한 스스로 식량난을 해결할 능력이 없고, 북·중 경협은 중·장기적인 과제인데다 성사 여부도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 정권 입장에서는 체제 유지와 선전을 위한 도구가 경공업 부흥 외에는 없는 셈이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자력갱생 원칙 철저 구현’을 강조하고 있어 경공업 분야에서 실제로 획기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또 올해를 ‘인민생활대고조와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총공격전의 해’라고 규정한 것으로 미뤄 볼 때, 그 어느 해보다 주민 노동력 동원의 강도가 거세지고 사회 전반에 걸쳐 무리한 성과내기가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