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남북관계 어디로] “北신년사설은 내부용, 한반도 해빙?… 글쎄”
입력 2011-01-02 21:37
정부·전문가 반응
북한의 올해 신년 공동사설에 나타난 남북관계 개선의지에 대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 3대 권력 세습에 유익한 방향으로 대외정책을 펼쳐나갈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올해도 남북 간 군사적 긴장이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전망을 내놨다.
외교통상부 고위 당국자는 2일 “북한의 신년 공동사설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2010년 공동사설로도 천안함·연평도 사태를 예측할 수는 없었다”면서 “대외용 메시지보다 경공업 등 대내용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해 전반적으로 내부용 메시지로 읽힌다”고 평가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안보통일연구부장도 “지난해 신년 공동사설에도 남북관계 개선이 상당한 비중으로 언급됐지만 남북관계가 최악이었다”면서 “북한은 3대 후계 세습체제 공고화 과정에서 국면에 따라 추가 도발이든 대화 공세든 자신들에게 유리한 카드를 던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남북대화가 언급됐지만 원론적 차원이며, 오히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신이 행간에 깔려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상당수는 신년사설 내용과 상관없이 올해 남북관계가 살얼음판을 걸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북한의 태도가 1년 전이나 천안함·연평도 사태 때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공동사설을 표면으로 보면 남북교류 협력에 열린 자세인 것처럼 보이지만, 북한은 여전히 군사적으로 강경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며 올해에도 남북 간 긴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공동사설에서 미국에 대한 언급도 없었고 ‘우호적으로 대하는 나라들과 친선협조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말한 것은 북한이 올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비관적으로 예측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한 대북 전문가는 “공동사설에서 ‘핵 참화’를 언급한 점을 주시해야 한다”면서 “전략적 심리적으로 핵 위협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북한이 후계 공고화를 위해 대외관계, 특히 남북관계 회복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군사적 도발로 긴장 조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올해에는 국면 전환을 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덕민 부장은 “북한은 내년까지 어떻게든 경제를 안정시켜야 하는 입장이며 국제적 고립을 탈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 등이 남북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만큼 연평도 사태 등 일련의 도발행위에 대한 출구를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천안함, 연평도 도발 국면에서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남한을 비난하는 톤이 낮아진 것도 눈길을 끈다”면서 “미국을 비판하지 않은 것은 북·미관계 개선과 6자회담 재개의 희망을 살려두는 뜻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