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남북관계 어디로] 北신년사설 특징, 對美 언급 전혀 없어… 선동 줄고 선군 탈색

입력 2011-01-02 21:38

북한의 2011년 신년 공동사설은 전반적으로 이데올로기적 슬로건과 구호가 줄고, 실용적 내용들이 강조됐다는 평가다.

통일연구원은 2일 발표한 공동사설 분석을 통해 “지난해와 달리 대내 정치적으로 경각심과 경계심을 고조시키는 문장이나 단어가 강조되지 않았다”며 “사상적 일색화나 집단주의 등의 단어가 등장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치·군사 분야의 경우 지난해 9월말 열린 당대표자회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당의 영도적 역할과 당조직 강화가 그 예다.

특히 본문의 서술 순서가 지난해 군대 이후 당에서 올해는 당 다음에 군대로 바뀌었다. 후계자 김정은의 이름이 직접 등장하지 않았으나 “당대표자회 정신은 혁명위업을 끝까지 완성해 나가는 계속혁명의 정신” 등의 표현을 통해 사실상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고 있다. ‘당 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는 표현이 1999년 이후 공동사설에서 첫 등장한 것도 후계체제를 강조한 대목이다.

공동사설은 또 “긴장한 정세의 요구에 맞게 전투훈련을 실전과 같이”라거나 “핵 참화” 등을 언급하며 대남 무력도발의 여지를 남겨뒀다.

지난해 공동사설이 ‘북·미 적대관계 종식 선행’ 등을 주장한 것과 달리 올해 사설에서 미국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점도 특징이다. 국제사회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한 남북 간 직접대화를 촉구하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장확대·무역활동 등 대외경제부문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다. 통일부는 공동사설 분석자료에서 “국제사회의 제재가 강화되고 있어 외자유치 등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자립적 민족경제’ 기반을 마련하는 데 매진하겠다는 의도”라고 풀이했다.

일각에서는 올해가 북한 연호로 주체 100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동사설이 지나치게 조용한 기조를 유지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는 강성대국 건설을 호언장담해 온 2012년에 북한의 모든 정치 일정이 집중돼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