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세프 “경제성장만이 소득 불균형 해소 가능”… 브라질 ‘잔다르크’서 첫 여성 대통령 취임
입력 2011-01-02 18:17
호세프 대통령은 수도 브라질리아의 연방의회에서 가진 취임 연설에서 우선 자신의 정치적 스승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의 업적을 계승할 것을 다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어 빈곤 및 기아 퇴치, 지속성장, 여성 지위 향상 등 ‘새로운 브라질’을 향한 비전을 제시했다.
특히 “경제성장만이 다음 세대를 위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이로써 브라질은 소득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며 성장을 역설했다.
그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관계를 심화하고 미국 및 유럽연합(EU)과의 관계도 강화할 것”이라면서도 개도국과의 협력 확대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호세프 대통령은 40분 가까이 대국민 연설을 한 뒤 자리를 옮겨 외국 경축사절들과 만나 인사를 나누고 기념촬영을 했다. 경축사절로는 우리나라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해 세계 130여개국에서 정상과 정부수반, 각료, 대사들이 참석했다.
의회 앞에서 육·해·공 3군 의장대를 사열한 호세프 대통령은 대통령궁인 ‘팔라시오 도 플라나우토’에 도착한 뒤 룰라 전 대통령과 대통령궁 발코니에 올라 대통령 휘장을 넘겨받았다.
호세프 대통령은 브라질에서 왕정이 폐지되고 1889년 공화정이 수립된 이래 40번째 대통령이자 공화정 역사 122년 만의 첫 여성 대통령이다. 남미 지역에선 세 번째 선출직 여성 정상이다.
우려도 만만치 않다. 룰라 전 대통령의 업적과 높은 인기는 역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독자적인 정치력 확보 여부가 관건이다.
경제 난제들도 산적해 있다. 최소한 2012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인플레이션 기조와 지난해부터 39%나 급등한 헤알화 강세도 골칫거리다. 고금리 상황에서 금리 인상도 불가피해 출범 첫해부터 삼중고에 시달릴 전망이다. 또 호세프 대통령은 중국 우선주의와 제재보다는 대화에 무게를 두는 이란 정책 등 룰라 전 대통령의 외교노선을 따를 것으로 보여 미국과의 마찰도 예상된다.
호세프 대통령은 불가리아 이민가정에서 태어나 유복한 유년기를 보냈다. 대학에 입학한 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에 심취하면서 브라질 군사독재 정권에 맞서기 시작했다. 1970년 체포돼 3년간 수감되는 등 고초를 겪기도 했으며, 80년 민주노동당(PDT) 창립멤버로 정치에 입문했다. 2001년 룰라 전 대통령을 만나 그가 창당한 노동자당(PT)에 참여했고, 룰라 집권 당시 에너지부 장관을 거쳤다. 두 차례 결혼했으며, 현재는 이혼한 상태로 외동딸 파울라 호세프 아라우조(34)를 두고 있다. 지난 대선 유세기간 손자를 봤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