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새해 경영목표는 “토끼처럼 껑충”

입력 2011-01-02 22:08


올해 국내 기업들이 대대적 ‘공습’에 나선다. 올해 경영계획이나 목표로 일제히 ‘도약’ ‘성장’ ‘영업력 강화’를 꼽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과 지난해 체력 다지기에 충실했던 모습과는 180도 달라졌다. 최대 무기는 ‘시간’이다. 선진국 기업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이 한 발 앞서 국내외 시장 지배력을 높일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산업계는 성장엔진 마련과 글로벌 경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시장을 장악해 실적 확대에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3일 그룹 신년 하례회에 참석한다. 4년 만이다. 이 회장은 미래를 선도할 혁신제품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시무식에서 품질경영 강화, 해외시장 확대 등을 주문할 방침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속적 성장을 화두로 제시할 예정이다.

한진해운은 1일 아침 서울 남산에서 해맞이 행사를 갖고 올해를 글로벌 물류 리더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의 해로 꼽았다. 두산그룹은 질적 성장을 이뤄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갈 계획이다. STX그룹은 핵심역량 강화를 올해 목표로 내걸었다.

이에 맞춰 각 대기업은 경영 목표치를 대폭 늘려 잡았다. 지난해 판매 목표 540만대를 초과 달성한 현대차그룹은 600만대 이상 판매를 올해 목표로 정했다. LG그룹은 올해 사상 최대인 21조원 투자 및 156조원 매출 달성 계획을 밝혔다. 두산그룹도 수주 16조6000억원, 매출 27조7000억원, 영업이익 2조2000억원 등 사상 최대 실적을 제시했다. 현대중공업 역시 사상 최대인 수주 266억 달러, 매출 26조9450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돌격, 앞으로!”=금융권은 치열한 국내 시장 쟁탈전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에서 영업 경쟁력을 갈고 닦아 동남아시아, 중국, 남미 등 신흥시장을 접수하겠다는 전략이다.

은행권은 연말에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했다. 초점은 ‘영업통’ 전진배치였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로 자산 규모 300조원이 넘는 빅4(우리금융,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가 생존경쟁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전투경험이 풍부한 야전사령관을 최전방에 배치한 것이다.

국민은행은 가장 먼저 조직개편을 하면서 빼앗긴 ‘영토’를 되찾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원래 강점이었던 소매금융은 물론 기업금융, 퇴직연금, 외국환 업무, 투자은행(IB) 등에서 빼앗긴 고객을 되찾아 오겠다. 본부장, 지점장 인사에서 영업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도 영업력을 강화하는 조직 개편을 한 뒤 내년 경영계획을 ‘고객 속으로’로 정했다. 실질 거래 고객 수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우리은행은 경영 구호를 ‘조직 역량 집중, 경쟁우위 확보’로 확정했다. 모든 분야에서 1등 은행을 만들겠다는 의지다. 지난해 내분에 시달렸던 신한은행은 표면적으로는 고객 신뢰 회복, 조직 수습이라는 보수적인 목표를 세우고 있다. 다만 내부에서는 성장과 안정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기본 그림을 그렸다.

금융회사들은 동시에 해외 시장 공략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포화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해외에서 찾기 위해서다. 4대 시중은행은 물론 보험사, 증권사 등은 금융 영토 확장에 승부수를 띄웠다.

국민은행은 일본 오사카 지점 설립, 인도 뭄바이 사무소 설치를 추진 중이다. 베트남 호찌민 사무소를 지점으로 확대키로 했다. 우리은행은 하반기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지점을 개설할 예정이다. 인도 첸나이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고 브라질 상파울루 사무소는 법인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일본, 베트남, 중국, 미국, 인도를 집중 공략 대상으로 정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현지은행 인수를 추진할 방침이다. 하나은행은 현지법인이 설립돼 있는 인도네시아에서 현재 19개 수준인 영업점을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홍콩에 최대 규모 영업점을 낸 삼성증권은 올해 대만과 싱가포르에 추가 진출한다. 우리투자증권은 최근 태국 주식 중개 서비스를 시작, 태국을 포함해 총 29개국에 주식 거래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김찬희 최정욱 백민정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