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박유리] 농림부의 거짓·무책임·아마추어리즘

입력 2011-01-03 01:30

사상 최악의 구제역이 지난해 11월 29일 경북 안동에서 처음 발생했다.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발병 이틀 후인 12월 1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에서 안동에 사는 축산업자 권모(54)씨가 유입 경로로 추정된다고 지목했다. 유 장관은 “귀국하는 권씨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공항에서 구제역 검사 및 소독 받을 것을 통지했으나 권씨가 불응했다”고 설명했다.

그날부터 함께 베트남을 다녀온 세 명의 권씨는 청정 지역 안동에 구제역을 유입시킨 ‘범인’으로 확정됐다. 화가 난 축산업자들은 베트남을 다녀온 지역 축협 조합장인 권모(56)씨 사무실에 찾아가 흉기와 쇠망치를 휘둘렀다. 권씨 일행은 “검역 당국의 메시지를 받은 적이 없다. 공항을 빠져나올 때까지 누구도 붙잡지 않았는데 안동에선 ‘공항에서 도망쳤다’는 소문까지 났다. 장관의 한 마디로 인해 안동에서 설 자리조차 없어졌다”고 울먹였다.

문제는 유 장관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점이다. 지난달 31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확인 전화를 했다. 검역 담당자는 “입국하는 농장주에게 검역을 요구하는 문자메시지 전송은 시스템화돼 있다. 자료가 남아 있는데 무슨 소리냐”고 자신만만해했다. 그리고 한 시간 뒤 다시 전화했다. 담당자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사라졌다. 그는 어느 누구에게도 문자메시지가 전송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세 명의 농장주 중 단 한 명에게 문자메시지가 보내졌으나, 이 또한 농장주의 딸 번호였다는 것이다. “기사를 쓰고 싶으면 쓰세요. (이름을 묻는 기자에게) 제 이름 왜요? 가르쳐 줄 수 없는데요.” 담당자 해명은 이랬다.

농식품부의 실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검역원은 이제껏 베트남에 다녀온 3명을 놓고 구제역 유입 경로에 대한 역학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2일 확인한 결과 당시 여행한 축산 관련 업자는 3명이 아니라 4명이었다. 축산농가에 소독시설을 설치하는 조모씨도 이들과 함께 여행했다.

검역원 김병한 역학조사과장은 “조씨가 누구냐. 파악이 안 돼 조사를 못했다. 그런데 조씨가 농가에 직접 들어가는 사람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나 조씨는 엄연히 안동시청의 ‘해외여행 축산농가 미신고 명단’에 포함된 인물이다.

농식품부는 이렇듯 세 차례 해명했다. 유 장관의 해명은 ‘거짓’이었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 검역담당자의 해명은 이름조차 밝히지 않는 ‘무책임’이었으며, 역학조사과장의 해명은 ‘아마추어리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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