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희극의 진수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 20년만에 앙코르 공연
입력 2011-01-02 17:39
연극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가 20년 만에 다시 공연된다. 이 연극은 한국 근현대 연극 최초의 희극 작가로 꼽히는 오영진이 1949년 발표한 풍자극으로 광복 직후 친일, 친미 행각으로 일신의 영달을 꾀하던 기회주의자의 최후를 비꼬는 풍자극이다.
해방 이후 묻혀 있던 한국연극 레퍼토리를 재발견하려는 의도에서 이윤택 연출에 의해 재발굴된 ‘살아있는 이중생 각하’는 1991년 부산 가마골 소극장에서 초연됐다. 당시 부산 가마골 소극장 배우였던 오달수가 이중생 역을 맡았고 남미정(우씨 역) 이지하(하연 역) 등이 출연했다. 이중생은 해방 전에는 자기 자식을 자진해서 징병을 보낸 친일파였고 해방 후에는 미군정청 관리들에게 빌붙어 민족재산을 사유화하려는 수작을 부리는 인물이다. 호화롭게 살던 그는 국제 원조 기관 직원을 사칭한 외국인 사기꾼에 걸려들어 재산을 몽땅 날리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국회 반민특위 조사 대상이 된다.
궁지에 몰린 이중생은 악덕 변호사 최영후와 짜고 빠져나갈 꼼수를 생각한다. 3년 전에 죽은 것으로 가짜 사망진단서를 만들고 유서까지 준비한 후 무력한 지식인 사위의 이름을 빼앗아 그의 이름으로 살 계획을 꾸민다.
그러나 반민특위 김 의원의 지략과 사위의 양심선언으로 이중생의 간계는 실패로 끝난다. 전장에서 살아돌아온 이중생의 아들 하식은 아버지의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한다.
이번 무대에는 연희단거리패 배우 이승헌이 이중생 역을 맡고 연희단거리패 창단 멤버인 배우 배미향이 일본에서 귀국해 우씨 역으로 출연한다. 홍선주, 오동식, 홍민수, 조승희, 하지은 등 연희단거리패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8∼16일까지 대학로 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02-763-1268).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